책에서 영화로 '코드' 바꾼 다빈치 코드, 그 차이점은?

책에서 영화로, 매체가 바뀌었을 때 이야기 손실은 피할 수 없다. 그것은 활자의 영상화에 따른 매체환경의 문제이다. 다만. 시각적 상상력으로 부족분을 얼마만큼 상쇄하느냐가 관건이다. 최근 극장가에 흥행돌풍을 일으킨 '다빈치 코드'도 소설과 영화의 비교가 완성도 논쟁의 한가운데 있다. 이미 '21세기의 고전'이 돼버린 원작과 영화의 차이와 공통점을 짚어봤다. 프롤로그부터 에필로그까지 소설 줄거리 복사 암호 푸는 과정 뭉뚝 생략돼 긴장감 떨어져… ▶드라마 론 하워드 감독은 영화만의 새로운 스토리를 보여주어야하는 부담감을 스스로 떨쳐버렸다. 스크린은 프롤로그에서부터 에필로그까지 소설의 줄거리를 복사한듯 따라간다. 700여 페이지의 책분량이 149분의 필름에 압축되면서 당연히 얘기는 축소된다. 특히 암호를 푸는 과정이 뭉뚝 뭉뚝 생략되면서 긴장이 소실된 측면이 없지 않다. 하지만 영화만의 장점도 뚜렷하다. 랭던 박사가 아나그램을 풀 때 단어가 조합되는 효과, 주인공들이 역사를 반추할 때 흑백으로 펼쳐지는 스펙터클은 신선한 아이디어다. 무엇보다 책에서 추상적으로 와 닿았던 부분이 시각화될 때 쾌감이 있다. 복잡다단한 크립텍스의 구조, 취리히 은행의 인출 시스템, 각 챕터별로 등장하는 명소 로케이션은 화면 속에서 훨씬 박진감 넘친다. 한스 짐머의 음악도 영화만의 미덕이다. 특히 피날레에서 북받쳐오르는 경외감을 묘사한 미니멀리즘 풍의 오케스트라 사운드는 압권이다. 주인공 톰 행크스 '지적 영웅' 캐릭터와 차이 폴 배타니-이안 맥켈렌은 활자 이상으로 명확

▶캐릭터 원작자 댄 브라운은 주인공 로버트 랭던 박사가 해리슨 포드와 닮았다고 썼다. 소설이 '인디아나 존스'의 어드벤처 형식을 빌리고 있음을 보면, 브라운은 랭던 역에 해리슨 포드를 염두에 두었음에 분명하다. 실제 캐스팅된 톰 행크스는 랭던(혹은 '존스 박사' 포드)의 지적 이미지와 괴리감이 있다. 그가 궁지에 몰려 당황할 땐 포레스트 검프가 떠오른다는 혹평도 있다. 행크스의 서민적인 면모는 뜻밖에 거대한 음모에 휘말린 상황을 효과적으로 그리지만, 소설이 표방한 '지적 영웅'과는 코드가 정확히 맞지 않는다.　반면 다른 주요 배역들은 원 캐릭터를 무난히 소화했다. 특히 몇몇은 활자 이상으로 명확하다. 사일러스의 폴 배타니는 청년기 트라우마와 소속 집단의 엽기적인 고행 속에 임무수행의 당위성을 섬뜩하게 강조했다. 티빙의 이안 맥켈렌은 'X-맨' '반지의 제왕' 등에서 보여준 카리스마로 교조주의적 원칙론자를 연기, 만장일치의 호평을 이끌어냈다. 원작과 달리'예수의 인성론' 부정하는 감탄사 성배의 비밀 왜곡없이 그려 소설안읽어도 OK ▶종교논쟁 미 워싱턴포스트 지는 "소설이 제기했던 예수의 신성 문제에 대해 영화가 기독교계의 우려를 달래주려 했다"며, 그 증거로 "랭던이 원작과 달리 티빙이 설파하는 '예수의 인성(人性)론'을 부정하는 감탄사를 연발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영화는 소설처럼 랭던의 사전 지식을 명확히 보여주지 못한다. 그런 상황에서 '예수가 막달라 마리아와 결혼을 하고 자식을 낳았다'는 이론에 선뜻 찬동하게 만들지는 못했을 것이다. 계속 영화를 집중해서본다면 소설의 음모를 충실히 얘기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마지막 성배의 비밀까지 왜곡없이 연출함으로써 기독교계의 분노를 사고 있음이 그 증거이다. 따라서 소설을 읽었거나 읽지 않았거나 영화 감상하는데 종교논쟁 논란은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예수의 인성이 '인류의 역사를 뒤바꿀만한 진실'이라는 데 공감하는지 여부가 만족도의 중요 요소가 될 듯싶다. (스포츠조선 이재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