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회 LG배 세계기왕전] '미스터 LG배'

〈제7보〉(131~150)=올해 LG배의 최고 ‘수혜자’는 단연 구리였다. 그는 이번 우승으로 마수거리 세계 우승을 따내 ‘국내용’이란 오명을 벗어 던졌고, 자국 규정에 따라 2계단을 건너 뛴 九단이 됐다. 국내 랭킹 1위의 입지를 더욱 굳히는 한편으론 거액의 상금(2억 5000만원)도 챙겼다. 꿩 먹고 알 먹고, 깃털 뽑아 장식품 만들고 땔감까지 얻은 격이다.
131로는 135 자리로 관통하는 게 일감(一感). 하지만 구리는 참고 1도의 진행이 약간 엷다고 본 듯 하다. 131로 좌우를 일단 갈라놓고 틈새를 노리려는 뜻으로 그의 두터운 기풍을 엿볼 수 있다. 134는 어중간 하지만 이런 정도의 곳. 불문곡직 막아간 135가 강수였다. 140다음 141, 143의 절단도 기세. 143은 참고 2도를 강요하고 있다.
여기서 144로 반발해 간 수가 좋았다. 145, 147로 도강(渡江)을 방지할 때 150으로 힘차게 뻗는다. 그러나 결과론이긴 하지만 150으론 ‘가’로 반대쪽에 느는 게 정수였다. 구리가 눈을 반짝이며 좌변 백진을 노려보기 시작했다. 이 좁은 공간에서 무슨 수가 있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