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서산으로 넘어가자 숲은 시나브로 어둠에 잠긴다. 풀숲에선 풀벌레 소리 더욱 요란하다. 얼마나 지났을까. 풀숲에서 문득 불빛 하나가 별처럼 반짝인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 수많은 불빛들이 나타나 어두운 밤하늘에 수를 놓는다. 반딧불이! 무주의 여름밤은 이렇게 반딧불이의 세레나데로 물들어간다. 반딧불이의 군무를 감상한 다음엔 덕유산을 올라보자. 장쾌한 능선에 천 년의 세월을 우뚝 서있는 주목과 구상나무를 감상하고, 숲속의 들꽃을 감상하면 일거양득이리라.
옛날 중국 진나라의 차윤과 손강 두 사람에게서 유래한 형설지공(螢雪之功) 고사로 잘 알려진 반딧불이(개똥벌레)는 1970~80년대까지만 해도 우리나라 웬만한 시골에서도 쉽게 볼 수 있던 곤충이다. 그러나 우리나라가 산업화사회로 접어들면서 대부분의 반딧불이 서식처는 파괴됐고, 농약살포 등 각종 오염원으로 인해 수질이 나빠지면서 반딧불이는 멸종 위기에까지 처하게 됐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반딧불이의 춤사위를 마음껏 감상할 수 있는 고장이 아직 여럿 남아있다. 그중 덕유산을 끼고 있는 전북 무주는 가림 마을, 수한 마을 등 반딧불이와 먹이인 다슬기 서식지를 천연기념물 제322호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을 정도로 반딧불이의 개체수가 많다.
읍내 수변공원 일대서 펼쳐지는 축제
올해로 10회째를 맞이한 무주 반딧불 축제는 6월2일부터 11일까지 무려 열흘간 열린다. 주 행사장은 무주 읍내를 적시는 남대천 수변공원 일대와 그 옆 한풍루가 날아갈 듯 서 있는 남산 언덕 주변. 축제엔 반딧불이 탐사체험을 비롯해 반디랜드에서의 세계 희귀곤충체험, 야생화 관찰체험, 반딧골 전통산업체험 등 다양한 즐길 거리가 마련되어 있다.
나무의 잔가지를 엮어 남대천 수변공원에 만든 ‘반딧골 섶다리’는 11만 개의 전구로 반딧불이의 군무를 형상화한 ‘사랑의 다리’와 함께 무주 반딧불이 축제 명물로 사랑 받는다. 아이의 손을 잡고 남대천에 걸린 섶다리를 건너보는 것도 좋은 추억이 될 것이다. 맛자랑 먹거리 장터, 팔도 농특산물 장터가 근처에 있어 요기하기도 수월하다.
이외에도 천연염색·도자기·목공예 등을 경험할 수 있는 전통수공예체험과 모심기·새끼꼬기·디딜방아·도리깨질 등 농경문화 민속놀이 체험, 국화빵·풀빵 등을 먹을 수 있는 추억의 먹거리 장터, 무명·삼베·실크짜기 시연을 할 수 있는 무료 체험장도 시간 나는 대로 들러보고 싶은 행사장이다.
반딧불이 탐사체험은 축제의 핵심
행사장 안쪽에 위치한 예체문화관은 반딧불이의 일생을 꼼꼼히 살펴볼 수 있는 생태체험관이다. 내부에 초가를 지어놓고 반딧불이 불빛을 보여준다. 하지만 반딧불이들이 스트레스를 받으면 빛을 내지 않기 때문에 그 광경을 만나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축제의 핵심은 아무래도 숲속에서 직접 반딧불이를 만나는 탐사체험일 것이다.
한밤중에 풀숲의 반딧불이를 직접 보고 싶다면 종합안내소 옆의 축제위원회에 신청하면 된다. 낮에 예약해 놓으면, 저녁 때 인솔자가 반딧불이 서식지로 안내한다. 반딧불이 야간 탐사 운행시간은 20:00~21:30. 요금 어른 5,000원, 어린이와 청소년 3,000원. 버스는 무주 공용터미널 반디탐사체험 승강장에서 출발한다.
반딧불이의 발광(發光)은 짝을 부르는 행위다. 수컷이 내는 불빛은 암컷보다 두 배쯤 밝다. 수컷은 암컷을 발견하면 더욱 강한 빛을 내며 접근하고, 암컷도 호응하면서 빛이 강해진다. 초여름에 나타나는 애반딧불이의 애벌레는 다슬기를 먹이로 삼고, 암수 모두 날개가 있다. 풀숲에 붙어 약하게 발광하는 것이 암컷이고, 강하게 발광하면서 접근하는 것이 수컷이다.
지구상에는 북극과 남극을 제외하고 1,900여 종의 반딧불이가 서식한다. 그중 우리나라에서는 북방반딧불이·애반딧불이·파파리반딧불이·운문산반딧불이·꽃반딧불이·늦반딧불이 이렇게 6종이 살고 있다. 무주에는 깨끗한 자연환경을 좋아하는 애반딧불이와 늦반딧불이 2종이 주로 서식한다. 6월 축제 기간에 만나는 종류는 바로 애반딧불이다.
설천면 청량리 반딧불이 서식지 주변에 마련된 반디랜드엔 곤충박물관과 자연학교, 청소년야영장, 자연휴양림이 조성돼있다. 곤충박물관 입구엔 고생대부터 신생대까지의 대표화석을 복원해 놓은 모형을 전시했고, 좀더 안쪽으로 들어가면 반딧불이를 비롯해 2,000여 종 13,500마리의 전 세계 희귀곤충 표본과 150여 종의 열대식물, 그리고 날아다니는 수천 마리의 나비들을 만날 수 있다.
또한 돔스크린, 3D입체영상실, 반딧불이 생태복원지 등의 시설을 갖추고 있는 박물관은 비록 축제 기간이 아니라 해도 온 가족이 자연의 소중함을 배울 수 있는 공간이 된다.
반디랜드 입장료는 어른 3,000원. 중고등학생 2,000원, 5세부터 초등학생 1,000원. 주차는 무료. 반딧불 축제장에서 반디랜드로 가려면 무주 공용버스터미널에서 10:00~17:00까지 10분 간격으로 운행하는 무료 셔틀버스 탑승.
한편, 무주의 농산물을 싼 값에 살 수 있는 반딧불이장터는 매월 1일, 6일마다 장이 서는 5일장이다. 축제 기간 중엔 현충일인 6월6일과 일요일인 11일이 장날이 된다. 왁자지껄한 시골 장터 분위기를 느껴보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이다.
오지의 대명사로 불리던 구천동 33경 일품
무주에 왔다면 무주구천동을 둘러보지 않을 수 없다. 요즘엔 덕유산 최고봉인 향적봉(1,614m)에서부터 산 아래 있는 삼공리까지만 무주구천동이라 하지만, 원래는 백제와 신라의 국경이자 관문이었다는 나제통문까지 36km에 이르는 긴 계곡을 일컫는 말이었다. 구천동(九千洞)이라는 지명은 ‘구천명의 생불(生佛)이 나올 정도로 깊고 그윽한 계곡’이라 해서 구천둔(九千屯)이라 불리던 데서 유래했다.
무주구천동의 절경은 ‘구천동 33경’으로 집약된다. 그중 덕유산으로 들어가는 길목에 위치하고 있어 외구천동이라 불리는 제1경인 나제통문부터 제14경인 수경대까지는 드라이브하면서 구경할 수 있기 때문에 반딧불이 축제에 들른 사람들에게 인기 있다. 제15경인 월하탄부터 덕유산 최고봉인 제33경 향적봉까지의 내구천동은 직접 산행하며 다리품을 팔아야 한다.
백제와 신라의 국경이던 나제통문
33경중 제1경이면서 무주를 찾는 여행객이라면 한번은 들르게 되는 나제통문(羅濟通門)은 삼국시대 신라와 백제가 국경을 이루던 곳이다. 비록 삼국시대가 아닌 일제 때 뚫렸고, 높이 3m, 길이 10m의 작다면 작은 바위굴이지만, 무주의 비밀을 푸는 데 중요한 열쇠가 된다.
무주구천동 물줄기와 나란히 달리는 석견산(石絹山)은 신라와 백제의 경계였고, 그 바위능선으로는 설천과 무풍을 잇는 나제통도(羅濟通道)라는 고갯길이 있었다. 이 능선을 경계로 동쪽의 무풍은 신라 무산 땅이었고, 서쪽의 설천·적상면과 무주읍 등은 백제 적천 땅이었다.
이곳을 경계로 쌍방에 피 터지는 분쟁이 있었지만 삼국통일 이후 통합됐다. 그러다 일제 때 우마차가 다닐 수 있도록 석견산에 굴이 뚫으면서 현재의 굴이 생겼다. 주말엔 삼국시대 복장을 한 군사가 보초를 선다.
#숙박
무주 읍내에 아이리스호텔(063-324-3400), 무주토비스콘도(063-322-6411), 일성무주콘도(063-324-3939) 등의 숙박시설이 있다. 이외에도 리버사이드(063-322-6900), 무주그린모텔(063-322-7231), 라제파크(063-324-9003) 등 모텔이 있지만, 가족 나들이를 했다면 무주리조트쪽의 펜션 등을 이용하는 게 낫다.
무주리조트에 티롤호텔(063-320-7200)이 있고, 입구에 배방하우스(063-322-1636), 모텔덕유산(063-322-1001), 준스키콘도(063-322-0696), 그랜드하우스(063-322-4235), 월드하우스(063-322-2904), 관동콘도(063-322-2264) 등과 문리버(063-322-7009), 나오스(063-322-4448) 같은 펜션이 있다.
#별미- 어죽
무주의 토속 음식은 주민들이 한여름 냇가에서 멱을 감으며 즐기던 어죽이다. 맑은 강물에서 잡은 민물고기를 푹 고아 뼈를 발라내고 고추장과 된장을 푼 다음 수제비와 쌀을 넣어 끓인다. 맛은 부드럽고 고소하다.
무주읍 내도리의 큰손식당(063-322-3605), 읍내의 금강식당(063-322-0979) 등이 유명하다. 1인분에 5,000원.
#교통
서울→무주 남부터미널에서 매일 5회(08:30, 09:20, 10:40, 13:40, 14:35) 운행. 3시간 소요, 요금 12,100원.
대구→무주 북부터미널에서 매일 3회(08:22, 14:20) 운행. 3시간30분 소요, 요금 11,600원.
광주→무주 종합터미널에서 매일 8회(06:10~16:50) 운행. 3시간30분 소요, 요금 12,600원.
대전→무주 동부터미널에서 매일 20여 회 운행(07:10~19:45). 1시간 소요. 요금 3,800원.
전주→무주 공용터미널에서 매일 17회(06:20~20:30) 운행. 2시간30분 소요. 요금 7,000원.
영동→무주 공용정류장에서 매일 13회 운행(08:35~21:00), 40분 소요, 요금 2,400원.
드라이브 코스 대전-통영간 고속도로→무주 나들목→19번 국도(무주 방면)→4km→반딧불이 축제행사장
*무주군청 홈페이지 www.muju.org
*무주군청 대표전화 063-320-2114
*축제위원회 063-320-2668
*무주시외버스터미널 063-322-22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