띠동갑 두 기사의 決戰 이창호·이영구 왕위전서 맞붙어

이창호(31)는 권불십년(權不十年)에, 이영구(19)는 이창호에게 각각 도전한다. 제 40기 왕위전 얘기다. 23일 시작되는 올해 왕위전 도전 5번기는 기성(旣成) 세대와 신세대 간의 정면 격돌이기도 하다. 도전자 선발 토너가 시작될 무렵 이창호는 “이번엔 신예 기사의 도전을 받았으면 한다”는 말을 했었다. 맹위를 떨치고 있는 신예 그룹에서 도전자가 나올 가능성을 미리 예감했던 건 아닐까.
이창호는 왕위를 무려 10기나 연패(連覇)중이다. 기성(棋聖) 11연패에 이은 본인의 역대 두 번째 장기집권. 부동의 1인자로 국내 타이틀만 5개를 꿰차고 있는 이창호에게도 왕위는 특히 손 꼽을 만 한 중요 거점(據點) 가운데 하나였다. 이세돌과 최철한을 제외하면 이창호는 다른 어떤 후배에게도 5번기에서 패한 경험이 없다.

이영구는 “이 사범님도 가끔은 흔들리더라. 그 틈을 타 한 판 만이라도 이기고 싶다”고 말한다. 하지만 잔뜩 자세를 낮추면서도 품 속엔 칼을 감추고 있다. 이번에도 김주호 목진석 최원용 홍성지 서무상 등 막강한 스타의 숲을 헤치고 도전권을 잡았다. 바둑리그에선 약관에도 못 미치는 나이에 주장을 맡을 만큼 물이 올랐다. 신예 기전서만 세 번 준우승에 머무는 비운을 겪은 것도 이번 첫 성인 기전 도전을 위한 전주곡이었는지 모른다.
국내 랭킹은 이창호 1위, 이영구는 11위. 이른바 ‘띠(토끼) 동갑’ 사이인 둘 간의 맞대결 은 지난 해 속기 대회서만 두 차례 이뤄져 모두 이창호가 이겼다. 제한 시간 3시간 바둑에선 어떤 결과가 나올까. 4800만원의 우승 상금이 걸린 제40대 왕위 다툼이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