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규병 九단 ‘불혹의 반란’

최규병(43·사진) 九단이 펄펄 날고 있다. 제3회 전자랜드배 왕중왕전서 이세돌과 최철한 등 국내 랭킹 2·3위의 우승후보들을 연파하는 기염을 토한 것. 비록 19일의 준결승서 박정상 六단에게 져 결승진출은 막혔지만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그는 16일 끝난 제18회 기성전 예선서도 강동윤 등 신예 맹장들을 연파하며 본선에 오르는 등 5월 이후 5승1패를 마크중이다.
최규병의 맹활약이 화제가 되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는 불혹(不惑)의 반란. 나이 40이 넘으면 환갑 취급을 받는 바둑계에서 그의 이 같은 늦바람(?)은 유례가 드물다. 그는 게다가 몇 년 전부터 유창혁과 함께 프로 지망생 지도에 매달리면서 대국에는 전념치 못해왔다. 최근의 호성적은 ‘레슨프로의 반란’에도 해당하는 셈. 조남철 조치훈 조상연 이성재 등 최고 바둑 가문의 일원으로도 유명한 최규병은 12세라는 기록적 나이로 입단했던 천재형 기사. 입단 후 개인 사정으로 바둑계를 떠났다가 13년 만에 복귀하고도 입신연승 최강전 우승, 박카스배 및 기성전 준우승 등 2000년대 초까지 괄목할 만 한 성적을 올린 바 있다. ‘40대 레슨 프로’의 다음 착점이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