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재에서 서쪽으로 방향을 틀어 내륙으로 들어오던 백두대간은 함백산(咸白山·1,572.9m) 남동쪽 3km 거리 만항재에 이르면 방향을 남쪽 화방재 방면으로 틀어 태백산으로 향한다.
대간 능선이 화방재 방면으로 방향전환을 하는 만항재에서 북서쪽과 남서쪽으로 가지를 치는 두 능선이 있다. 북서쪽으로 길게 이어지는 능선은 백운산(1,426.2m)~매봉산(1,267.6m) 방면으로 향하고, 남서쪽으로 짧게 갈라져나간 능선은 약 6km 거리에다 장산(壯山·1,408.8m)을 빚어 놓는다. 장산에서 더 뻗어 나아가는 여맥은 옥동천에 모두 가라앉는다.
장산은 북쪽으로 백운산, 동쪽으로 함백산~태백산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 남쪽으로 옥돌봉~선달산 줄기, 그리고 서쪽으로 매봉산 줄기에 포위되어 있는 형국이다.
장산 등산로는 단양촌 삼거리 고두암에서 망경사 아래 광산터 갈림길~홈통바위~서봉~서릉~헬기장~정상 코스와 망경사 대웅전 앞 너덜계곡~쌍바위~서릉~헬기장~정상 코스가 가장 많이 이용되고 있다.
다음으로 산 남쪽 31번 국도변 천평리 백운산장에서 남서릉을 경유해 정상에 오르는 코스가 있다. 산 동쪽 화방재 방면에서는 어평 마을에서 큰골~열녀각~석회석 광산터~동릉~정상 코스도 알려져 있다.
상기의 세 방면 코스 중 단양촌과 백운산장 코스는 월간山 92년 11월호에 처음으로 소개됐다. 어평~동릉 코스는 영월군에서 발행한 <아름다운 영월의 명산>(비매품) 가이드북에 소개되어 있다.
장산에서 아직 소개가 안 된 숨은 코스가 있다. 이 코스는 망경사 아래 삼거리에서 왼쪽 광산터로 가는 길로 들어가는 절음박골 코스다.
단양촌~절음박골~북릉~정상 코스
31번 국도변 상동읍사무소를 지난 칠랑이 삼거리에서 북쪽 구래리로 들어가는 길로 약 2.5km 들어가면 고두암 앞 삼거리에 닿는다. 왼쪽 길은 상동광업소로 가는 길이고, 오른쪽 길은 망경사로 가는 길이다. 삼거리 버스정류소 뒤로 올려다보이는 기암이 이 고을에서 명소로 치는 고두암이다.
고두암(일명 꼴두바위)은 옛날 송강 정철이 강원도 관찰사로 있을 때 이 바위를 보고 “이곳이야 말로 수만 명이 먹고 살 수 있는 터”라고 예언했다고 전해진다. 그의 예언은 맞아떨어져 이 골짜기에 상동광업소가 생기면서 수만 명이 생계를 이었다고 할 수 있다.
망경사 방면 길로 약 200m 가면 망경사 안내판이 있고, 오른쪽으로 휘돌아 이어지는 길로 10분 오르면 소나무 아래 삼거리에 닿는다. 소나무 아래에는 ㄴ자형 회색 자연석으로 된 안내석(장산광업소←, 망경사→)이 있다.
안내석 왼쪽 길이 절음박골로 가는 길이다. 절음박골 방면 광산길을 따라 4~5분 가면 회색 컨테이너가 나오고, 15분 더 오르면 전선이 모두 잘려나간 전신주에 닿는다. 이어 약 150m 더 오르면 폐쇄된 광산터 입구에 닿는다.
광산터 입구에서 50m 더 오르면 채석장 분위기가 나는 광산터가 나오고, 이곳에서 왼쪽 절음박골 계곡길이 시작된다. 계곡길에는 울퉁불퉁하게 잡석들이 깔려 있다. 바위 마다 초록의 싱그러운 이끼들이 붙어 있어 발길이 닿지 않았음을 말해준다.
골 안으로 약 30분 오르면 난간 역할을 하는 밧줄이 길게 설치된 통나무계단이 나온다. 계단을 올라 샘터를 지나면 산재당 토굴에 닿는다. 공부하는 스님 한 분이 있다.
산재당에서 식수를 준비하고 토굴 뒤로 난 급경사로 올라가면 지그재그 산길로 이어진다. 턱이 닿을 듯 가파른 사면길로 30분 오르면 북릉 안부에 닿는다. 이어 북릉으로 15분 오르면 서릉과 만나는 헬기장(←서봉 내려가는 곳 3.6km, 장산 정상 0.6km, 절음박골 3.1km 푯말)에 닿는다.
헬기장 왼쪽 오르막 길로 발길을 옮겨 7~8분 가면 백운산장 갈림길(백운산장 2.5km, 정상 0.2km 푯말)이 나온다. 푯말을 뒤로하고 10분 더 오르면 정상이다. 정상에는 삼각점(태백 311) 옆에 상동 고두암회가 세운 정상비석이 있다. 남쪽과 서쪽은 수십 길 절벽이므로 조심해야 한다.
조망은 사방으로 막힘이 없다. 서쪽 아래로는 멀리 하동 방면으로 깊고 길게 패어져 나간 옥동천 골짜기가 그랜드캐년처럼 광활하게 조망된다. 그 오른쪽으로는 가메봉 매봉산 순경산 등이 연이어진다. 북서쪽으로는 두위봉이 보인다. 매봉산과 두위봉 사이 멀리로 치악산 매화산 백덕산이 시야에 와닿는다.
북으로는 정선군 고한읍 경계를 이루는 백운산과 함백산 서릉이 하늘금을 이룬다. 북동으로는 만항재 위로 중계탑이 있는 함백산이 보인다. 동으로는 화방재 방면 백두대간, 남동으로는 태백산 정상 천제단이 시야에 들어온다.
태백산 오른쪽으로는 천평계곡 위로 신선봉 구룡산 삼동산 선달산 줄기가 첩첩산중을 이뤄 거대한 파도가 일렁이는 바다처럼 장쾌하게 펼쳐진다. 남쪽 바로 발 아래로는 31번 국도가 S자로 굽돌아 이어지는 옥동천 협곡이 깊은 분화구를 내려다보는 형상이다.
하산은 다시 헬기장 방면으로 내려온 다음, 서릉을 타고 비경지대인 통천문과 촛대바위를 구경하고 망경사나 서봉을 경유해 구래리 단양촌으로 하산하면 된다.
정상에서 헬기장 방면 안부 삼거리 남동쪽 사면길로 나가는 길은 남서릉을 경유해 백운산장으로 이어진다. 이 코스는 급경사에 절벽과 너덜지대를 통과해야 하기 때문에 초심자는 경험자와 동행해야 안전하다.
동릉을 타고 약 2km(1시간 이상 소요) 거리인 갈림길에 이른 다음, 북사면~잣나무 조림지~광산터를 경유해 열녀각으로 내려가는 코스(40분 소요)도 있다. 열녀각에서는 20분 거리인 31번 국도변 어평정류소로 나오면 된다.
단양촌을 출발해 망경사 입구 삼거리~절음박골~산재당~헬기장 북릉~헬기장을 경유해 정상에 오른 다음, 다시 헬기장~서릉~통천문·촛대바위~망경사, 또는 서봉 경유 망경사 입구 경유 단양촌으로 하산하는 거리는 약 8.5km로, 5시간 안팎이 소요된다.
글·사진= 박영래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