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이야, 불!” 강원도 영동지방에는 올해에만 산불이 잠잠하고 매년 대형 산불이 일어났다. 2005년 4월7일 양양에 두 번이나 산불이 나 농가와 낙산사까지 소실됐었다. 삼척도 2000년에 바닷가 산들을 화마가 휩쓸었다. 삼척시 원덕읍에 있는 검봉산(劍峰山·681.6m)도 그때 희생양이 됐다.
태백여성산악회 권영희, 안순란, 이영숙씨, 삼척에서 등산장비점을 하는 이재학씨가 인솔한 삼척여성산악회의 박금열, 김남숙, 김명숙, 윤문섭, 이승은, 정선자, 송필남씨와 원덕읍 호산초등학교에서 만나 검봉산 남쪽 이천2리 3반 작은달(소월천) 마을에서 산행을 시작한다.
어귀에 세운 ‘작은달’ 표석을 보며 들어서자 노거수 향나무가 중앙에 버티고 섰고 자목련, 왕벗나무들과 정원에 심은 꽃들이 반긴다. 마을 농가에 닿기 전에 정월보름에 동제를 지낸다는 성황당이 있는 왼쪽 언덕으로 올라서자, 성황당 앞 공터 삼거리다. 오른쪽 길로 들어서 지능선에 올라 내려다보는 열댓 호가 옹기종기 이마를 맞대고 앉은 작은달 마을은 물 속 같은 풍정이다.
산불이 났을 때 마을에 집중적으로 진화작업을 하여 겨우 화를 면했으나 뒷동산은 대머리 산이 됐다. 흙만 벌겋게 남은 지능선에는 온통 고사리 싹이다. 묘가 나타난다. 여기서 길은 두 갈래다.
지능선을 버리고 왼쪽 사면으로 들자 지름이 1m쯤 되는 둥근 바위 2개가 길가에 앉아있다. 계곡을 가로지르는 곳에 샘이 있다. 왼편으로 빙 돌아 건너편 신기 마을로 가는 고갯마루에는 소나무 몇 그루만 화마에 살아남았다(들머리에서 30분 소요).
고갯마루에서 오른쪽 지능선으로 큰등(342.7m)을 바라보며 올라가자 길은 슬그머니 왼쪽 사면으로 방향을 튼다. 여성들은 고사리를 꺾으며 사면으로 가고 이재학씨와 낑낑거리며 큰등에 닿으니 삼각점이 있다. 큰등을 뒤로하고 북쪽으로 능선을 따라 헤어진 일행들과 임도에서 만났다. 잿더미 속에서도 듬성듬성 철쭉과 땅에 바싹 엎드린 솔붓꽃, 애기풀, 제비꽃 종류들이 꽃을 피웠다.
임도를 곧장 건너 북쪽으로 능선만 따라간다. 앞에 보이는 봉우리가 정상이려니 하고 다다르면 또 봉이 있고 또 봉우리가 있다. 몇 번을 속아가며 올라 소나무 여러 그루가 살아남은 숲을 지나자 옛날 이 산에서 금이 출토됐다 하여 금봉산이라 불렀던 삼각점(죽변 301, 재설 2004)이 있는 검봉산 정상이다.
사방이 불에 타 조망은 눈이 자라는 데까지 이른다. 동쪽은 끝없어 보이는 바다가 펼쳐지고, 남쪽은 중첩하는 산봉들 끝에 구름 위에 뾰죽 솟은 덕구온천의 응봉산(998.5m)을 알아보겠고, 서쪽은 사금산(1,092m)이 하늘을 가렸다.
하산은 서쪽 능선으로 내려서 넓은 터를 가진 묘를 지나 계속 고도를 낮추는 능선에는 불이 난 후 6년 동안 철쭉나무들만 50cm쯤 자랐다. 바위들은 열기에 못 이겨 콩 볶듯 사방으로 튀여 널부러졌다. 그 때의 참상에도 생태계는 빠르게 회복하고 있다. 고라니 배설물이 산행 중 많이 보이고 어떻게 살아남았는지 뱀도 있다.
정상에서 쏟아지듯 15분쯤 내려서자 임도 삼거리다. 이동통신탑과 수방자재 보관을 한 컨테이너가 있다. 모서리에는 동부지방산림관리청에서 설치한 대리석 임도지도 표석이 있다(임원 8km, 임원 20km, 중마읍 17km, 상서기 6km).
상서기 방향 중간 임도를 따라 369.2m봉으로 뻗어내린 지능선을 찾아 임도를 버리고 왼쪽 숲길로 든다. 의외로 마루금으로 송이 따러 다니던 희미한 길이 나타난다. 오른편 계곡에는 상서기와 하서기 마을이 있어 불이 날 때 소방헬기가 집중적으로 물을 쏟아 부어 이곳은 소나무 숲이 살아 남아있다.
임도를 떠난 지 30분 지나 묘 2기(주씨)를 만난다. 369.2m봉 안부가 되겠다. 여기서 이제까지 따르던 능선을 버리고 오른쪽으로 상서기 마을을 가늠하며 내려서자 원덕읍 이천1리 상서기 마을이다. 맑은 물이 콸콸 흐르는 계류 속에는 구름을 먹고 사는 고기들이 노닐고 있다.
글·사진= 김부래 태백 한마음산악회
#산행안내
작은달 마을~(1시간)~큰등~(10분)~임도~(2시간)~정상~(15분)~임도 삼거리~(30분)~369.2m봉 안부~(30분)~상서기.
보편적으로 산행에는 별 어려움이 없으나 임도 삼거리를 지난 후 369.2m봉으로 가는 능선을 잘 찾아야 하고, 369.2m봉 안부에서 상서기 마을로 내려서는 곳은 숲을 헤쳐야 한다.
#교통
호산 버스정류장(033-572-6412)에서 이천3리 수터 마을까지 하루 4회 있고, 이천1리 상서기 마을까지는 하루 2회 왕복한다(08:20, 11:30, 13:30, 18:00).
호산 버스정류장을 경유하는 버스가 태백, 강릉, 울진, 포항, 부산, 대구 방향에서 있다. 호산에서 대구행은 16회(07:00~18:20), 부산행은 7회(08:40~17:00), 포항행은 3회(09:48:18:50), 울진행은 6회(10:14~20:40) 있다.
태백에서 호산행 버스 4회(08:30, 13:00, 16:00, 19:00) 운행.
삼척, 동해, 강릉행은 호산에서 수시로 있다.
#숙식(지역번호 033)
태백여성산악회 총무 안순란씨 친정집인 이천3리 수터 마을회관 안희택 회장(574-9823) 민박. 상서기 박대식 민박(574-9880), 작은달(소월천, 이천2리 3반) 황광주(574-9969) 민박 문의. 호산에 현대여관(572-6115), 산호식당(572-6051), 오성식당(573-8505), 중앙식당(572-6051)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