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회 LG배 세계기왕전] 最後의 함정

〈제13보〉(188~202)=왕시 五단은 초 중반엔 묵묵히 따라가다가도 형세 불리를 느끼는 순간부터는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는 기풍. 게다가 침착함까지 갖춰 왕시에게 한 판 이기려면 진이 쏙 빠질 정도로 지친다고 한다. 188은 상하를 양단(兩斷)하겠다는 기세의 한 수. 위축되지 않고 끝까지 버티는 자세가 과연 명불허전이다. 188로는 참고도의 수단도 있지만 득실 상반으로 역전은 불가능하다.
189로 뻗자 190. 흑도 191, 193으로 양 쪽에서 젖혀 최강으로 맞받아친다. 중앙 한복판서 때 아닌 육탄전을 펼치는 모습이 마치 천하장사를 다투러 나온 씨름꾼들 같다. 특히 흑은 초읽기 상황이다. 유리하다 해도 자칫 한 수만 삐끗하면 그 길로 역전된다. 196까지 일사천리. 여기서 197, 199로 위 쪽에서 몰고 나간 수가 좋았다.
201로 단수 치니 오히려 백 2점이 갈 데가 없다. 모두들 그렇게 생각했는데, 백은 202라는 마지막 ‘꼼수’를 준비하고 있었다. 하변 흑 5점이 고립될 운명에 처한 것. 이 흑 돌들은 과연 출혈(出血)없이 살아갈 수 있을까. 백이 파 놓은 함정의 정체는? 기나긴 드라마도 마지막 절정만을 남긴 채 저물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