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영, "밤 9시56분마다 죽음의 초침소리가..."

"9시56분엔 절대 불을 끄지 마세요." '956'이 공포의 숫자로 떠오를 날이 머지않았다. 톱스타 고소영의 4년 만의 컴백작으로 화제를 모은 흥행 기대작 '아파트'(감독 안병기, 제작 토일렛픽쳐스-영화세상) 개봉이 다음달 6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가위', '폰' 등의 안병기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아파트'는 오후 9시 56분마다 벌어지는 의문의 살인 사건을 다룬 영화. 고소영은 이 시간 불이 꺼진 집에 살고 있는 사람 중 한 명이 반드시 다음날 죽는다는 '죽음의 법칙'을 발견하고, 더 이상의 희생을 막기 위해 사건에 개입한다. 내달 6일 개봉 '아파트'서 오싹 연기.
세련된 도시 이미지 버리고 공포의화신으로
올여름 그녀가 있어 덥지 않겠다.

★프로정신이 빚어낸 아날로그 정신 2시간 가까이 진행된 인터뷰는 그녀의 카메라 밖 새로운 매력을 발견하기에 충분했다. 도시적인 세련미로 팬들의 사랑을 받아온 고소영. 매사 자신감 넘쳐 보이는데, 스스로 "굉장히 예민한 성격"이라고 표현했다. 스트레스가 쌓이면 바로 풀어야 하고, 마음에 안 드는 일이 생기면 밥도 못 먹고 잠도 못 잘 정도. 지금도 하나부터 열까지 직접 점검해야 마음이 놓인다. 의외로(?) 숫기도 없단다. 몇 년 전 한 시상식의 레드카펫 행사 때는 너무 창피해 뒷문으로 몰래 들어간 적도 있단다. 또 때론 '이지고잉'해도 될 내공인데, 대강 건너뛰는 법도 없다. '아파트'에서 우는 장면을 찍을 때 일화 하나. 카메라가 돌기 전 안 감독이 "안약"을 외치자, 고소영은 깜짝 놀랐다. 그리고 "안약의 힘을 빌리다니 닭살 돋아서 못한다. 내 감정으로 찍겠다"고 주장했다. 우는 장면을 찍을 때는 하루 전날부터 슬픈 일을 생각하면서 감정을 잡는다. 눈물 자체가 중요한 게 아니라, 울먹이는 목소리, 빨개지는 코끝까지도 보여야 한다는 생각이다. "지금까지 한 번도 안약을 쓴 적이 없어요. 주구장창 울어야 했던 '하루' 때도 그냥 눈물이 자연스럽게 나올 때 카메라 앞에 섰어요." ★러브콜은 고생길의 시작?! 새로운 장르에 대한 욕심과 안 감독의 강력한 러브콜에 힘입어 컴백작으로 '아파트'를 택한 고소영. '식스센스'류의 영화를 좋아하고 좀비 영화도 즐겨보는 그였지만 '아파트'는 "정신적으로 다른 작품에 비해 피곤함을 많이 느꼈다"고. 일곱 채의 아파트를 세트로 지어 촬영을 했는데, 거의 '혼자서' 연기를 해야 했다. 귀신이 있는 것처럼 허공을 보고 극도의 공포심 등을 표현해내는 결코 쉽지 않았을 터. 또한 새로운 스타일과 업그레이드된 영상을 추구한 안병기 감독은 한 신을 전작의 배 이상의 컷으로 나누어 촬영했다. 그나마 한 신을 하루에 끝내는 경우도 거의 없었으니, 배우 입장에선 감정선을 이어가느라 애를 먹을 수밖에. "오죽하면 오랜만에 액션 신을 찍는 날은 신이 나서 날아다녔다"는 고소영은 실제로도 촬영 내내 주위 사람들에게 "9시 56분엔 불을 끄지 말아라"고 신신당부를 할 정도로 영화에 푹 빠졌다. 피할 수 없는 매혹적인 공포로 중무장한 '아파트'. 올해 초부터 좋은 꿈들을 많이 꿨다니, 이 영화의 흥행 대박은 그 꿈이 이루어지는 첫 신호탄 아닐까. (스포츠조선 전상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