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한국산 블록버스터, 흥행 통일 이룰까

#1 줄거리 역사적인 경의선 개통을 앞둔 한반도. 한국의 대통령(안성기)과 북한 국방위원장(백일섭)이 손잡기 직전, 일본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온다. 을사늑약을 근거로 경의선 소유권이 자신들에게 있다는 것이다. 일본의 개입으로 경의선 개통이 연기된 가운데, 비주류 사학자인 최민재(조재현)가 나타나 식민지 시절 한일간 조약에 사용된 국새가 가짜이며 진짜 국새는 따로 있다고 주장한다. 고종이 한반도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가짜 국새를 만들었으며 진짜 국새는 은밀한 곳에 감추었다는 것이다. 최민재는 대통령의 후원으로 국새를 찾아나선다. 일본은 노골적으로 통일에 반대하며 전쟁도 불사할 작정이다. 하지만 통일에 반대하는 '적'은 내부에도 있다. 현실주의자인 국무총리(문성근)와 일본을 '꼭 필요한 스폰서'로 생각하는 국정원서기관 이상현(차인표)이 대통령에 맞선다. 96억 투입…폭파신 등 실감 영상 압권 #2 볼거리 강우석 감독이 시나리오를 처음 봤을 때 가졌다는 느낌처럼 '한반도'의 줄거리는 거대하다. 카메라는 공간적으로는 대한민국 심장부인 청와대를 중심으로 한반도 전역을 아우르고, 시간상으로는 명성황후가 시해된 1895년까지 뻗는다. 그 안에 깃들인 통일의식, 민족주의, 반일감정을 더하면 '한반도'는 최근 100년간 우리 역사의 핵심 갈등이 모두 녹아있는 용광로다. 한마디로 역시 강우석답다. 감독이 "나 아니면 감히 시작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했던 말은 단순한 호기가 아니다. 제작비 96억 원이 투입된 만큼 화면이 보여주는 리얼리티는 합격점을 받을 만하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들과 당당히 '맞짱'을 떠 한국영화의 자존심을 지켜낼 대작답다. 청와대나 국정원의 실내를 정교하게 구현했고, 그 안에서 벌어지는 국가 수뇌부들의 논쟁은 실제 그랬을 법하게 느껴진다. 기대를 모았던 공해상의 전투준비 신은 실제 상황을 방불케 하며, 정부종합청사 폭파 신은 건물이 미니어처란 사실을 인지 못 할 만큼 실감난다. 명성황후를 시해하기 위한 일제 낭인들의 일사불란한 습격 장면은 아드레날린을 분비시키는 힘이 있다. 현재와 과거를 교묘하게 대비하여 현재의 정세가 일제에 휘둘리던 구한말 상황과 동일하다는 시각을 효과적으로 나타냈다. 갈등-심경변화 논리 빈약
배우들 문어체 대사 부담 #3 아쉬움 하지만 영화는 이 같은 시각적 쾌감을 카타르시스로 이어가지 못한다. 일본으로 대표되는 주변 열강을 배제하고 통일을 추진하려는 자주파와 그들의 동의 없이 독자적으로 통일을 추진하는 것은 한반도의 위기를 몰고올 뿐이라는 소위 실용주의 외교파의 갈등은 긴장감을 만들어내지 못한다. 주요 대사를 문어체로 풀어내는 배우들의 연기도 종종 부담스럽다. 그들이 왜 그런 주장을 하는가에 대한 근거도 불투명하다. 이상현의 심경 변화는 가장 중요한 극적 반전 중 하나지만, 그가 국정원 서기관에 대일 전문가임을 감안하면 그가 그토록 경멸하던 최민재의 설득에 신념을 바꿨다는 데는 선뜻 동의할 수 없다. 영화 도입부엔 최민재가 주부를 대상으로 역사 강의를 하는 장면이 나온다. '한반도'는 마치 최민재의 강의처럼 논쟁적 주제를 던지고 관객들과 소통을 시도한 것처럼 보인다. '실미도' 등 전작에서 관객들의 감정을 쥐락펴락 하면서 눈물과 웃음을 자유자재로 터뜨렸던 '흥행 마술사'가 택한 또 다른 화법이 관객들에게 어떤 평을 받게 될지 그 결과에 충무로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7월13일 개봉) (스포츠조선 이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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