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인들 "권위 잃은 대통령, 이젠 쉬시라" 집중 성토

"노무현 대통령은 더 이상 권위를 지니고 있지 않다." 1일 스크린쿼터 축소 시행일에 맞춰 열린 '스크린쿼터 원상회복 및 한미 FTA 저지를 위한 결의대회'에는 노 대통령과 정부, 여당에 대한 영화인들의 성토가 시종일관 강한 톤으로 이어졌다. 이날 오후 대학로로부터 가두행진을 벌인 집회 참가자 중 5000여명은 오후 8시부터 광화문 열린 광장에 모여 2부에 걸쳐 문화제를 펼쳤다. 공형진의 사회로 진행된 1부에서는 정부의 한미 FTA협상과 스크린쿼터 축소 결의를 규탄하는 선언문 낭독이 하이라이트를 이뤘다. 박중훈 송강호 이범수 김혜수 황정민 전도연 김수로 등 톱스타들이 번갈아 읽은 선언문을 통해 영화인들은 스크린쿼터 축소를 '한국영화에 대한 일방적이고 기습적인 폭력이며 문화 말살 정책'이라고 정의한 뒤 "스크린쿼터가 원상회복될 때까지 투쟁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선언문에는 "노 대통령은 직책으로서 대통령일진 몰라도 권력적으로는 더 이상 권위가 없다" "(대통령은) 이젠 집으로 내려가 쉬시라" "열린우리당에겐 희망이 없다. 차라리 해체하라" 등 높은 수위의 발언들도 포함됐다. 이어 영화인대책위원회ㆍ문화예술공동대책위원회 등 이날 집회를 주최한 5개 단체 대표들은 노 대통령, 한덕수 경제부총리, 김현종 통상외교본부장 등을 'FTA 5적'으로 규정하며 대정부 비판을 이어갔다. 자정까지 진행된 문화제에는 이밖에 노 대통령을 풍자한 '왕의 남자' 패러디 연극. 가수 전인권의 노래, 정두홍 무술감독의 서울액션스쿨팀이 준비한 무술 퍼포먼스 등 화려한 볼거리가 이어졌다. (스포츠조선 이재훈 기자)

○…공형진이 유창한 영어 솜씨로 좌중을 놀라게 했다. 주최측은 스크린쿼터 축소를 규탄하는 선언문을 해외에 알린다는 차원에서 한문장씩 영어로 번역했고, 낭독은 사회를 맡은 공형진에게 맡겼다. "어색하겠지만 잘 봐달라"던 공형진이 제법 부드러운 발음으로 영어를 구사하자 주위에서는 "다시 봐야겠다"는 감탄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문화제를 앞두고 주최측이 설치한 노무현 대통령의 실물 크기 모형을 경찰이 철거하며 마찰을 빚었다. 이 모형물은 'FTA 5적'의 얼굴 사진을 붙여 만든 5개의 실물 크기 모형물 중 하나. 경찰은 '국가원수 모독'을 우려해 이 중 노 대통령의 모형만 철거 압수해 주최측으로부터 원성을 샀다. 이후 모형물을 되찾으려는 주최측과 한때 치열한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으나 큰 충돌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