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수정, 달콤한 첫 주연 "말 달리자~"

커다란 눈망울과 도톰한 입술, 순백의 피부로 순진무구한 표정을 짓는 임수정을 보면 '동안'이란 말이 절로 나온다. 이젠 도식화된 표현이지만 본인은 "그렇기 때문에 좋은 역할들을 할 수 있지 않았느냐"며 싫지 않은 기색이다.

오는 10일 개봉할 '각설탕'(감독 이환경, 제작 싸이더스FNH)도 '동안의 임수정'을 내세운 작품이다. 그가 연기하는 시은은 해맑고 맹랑하며 당돌한 소녀. 하지만 한번 마음먹으면 끝까지 포기하지 않을 만큼 심지가 굳다. 외유내강이라고 할까. 임수정의 외양을 그대로 가져다 쓰면서 기존 캐릭터를 좀 더 밝게 채색한 동시에 한층 성숙한 사고를 주입시킨 격이다. "역할이 제 실제 성격과 차이가 나죠. 전 보이시하고 어둡고 여리고 차가운 이미지인 반면, 시은은 너무 밝고 센티멘털한 기운이 넘치거든요. 이환경 감독은 '왠지 (임)수정씨에게 이런 느낌이 있겠다 싶어 시나리오 작업 때부터 캐스팅을 염두에 두었다'고 하시더라고요.

캐릭터의 변화보다 임수정을 당혹케 했던 것은 주인공 시은이 시종일관 말과 교감을 나누는 여자 기수란 점이었다. 임수정 개인의 첫 경험일 뿐 아니라 한국 영화에서 제대로 시도된 적이 없는 인간과 동물 멜로의 시발점이다. '이 주제가 어떻게 영화로 구현이 될까'란 걱정이 앞섰다. 하지만 반대급부의 호기심도 컸다. 도전 정신도 생겼다. 무엇보다 이야기가 마음에 들었다. 두 달간 깊게 생각한 뒤 출연을 결정했다. 임수정은 항상 오래 고민하는 성격이라고 했다. 그래야 실패해도 후회는 없다고. "촬영 전 석 달간 승마 연습에 매달렸어요. 실제 말과 기계로 된 기승기를 병행해 타면서 기본기와 함께 말과 친해지는 연습을 했죠." 예상대로 고생길이 열렸다. 하지만 말과의 연기는 놀라움을 넘어서 경이로운 경험을 안겨주었다. "말을 껴안고 있다보면 '얘가 진짜 상대배우처럼 내 연기를 받아주는구나'하는 감정을 느낄 수 있어요." 영화적 상상력이 어느 정도 가미되기는 했지만, 사람을 알아보고 사랑을 교류하는 '천둥'의 연기는 가감이 없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임수정에게 '각설탕'은 커다란 전환점이다. 일단 동물을 배우화하여 등장시킨 한국영화 최초의 소재라는 벽을 뛰어넘었다는 데 대한 뿌듯함과 감사의 마음이 크다. 하지만 배우로서의 내적 외적 성장은 비교할 수 없는 가치다. 임수정은 영화의 주연이 말이라고 공공연히 자신을 낮췄지만, '각설탕'이 실제 임수정의 첫 단독 주연 작품이란 점을 부인할 수 없다. '각설탕'은 통해 임수정은 성장의 단맛을 맛본 듯했다. 앞서 '동안'이라는 주제로 다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성숙한 연기를 하는데 앳된 얼굴이 방해될 때도 있지 않을까. "그럴지도 모르죠. 하지만 그래도 언젠간 나이를 먹겠고 그만큼 주름도 질 텐데, 그렇더라도 또래 배우보다 젊어 보이는 게 좋지 않을까요? 임수정답게 늙어갈 수밖에 없을 거 같아요." (스포츠조선 이재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