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 열대야 물렀거라

영화 '괴물'이 열대야 킬러로 지목되고 있다. 한밤중 수은주가 30도를 오르내리기 시작한 지난달 30일 이후 '괴물' 관람으로 열대야를 이기려는 관객들로 극장이 새벽까지 붐비고 있는 것. 여타 영화들은 오후 10시만 넘어도 관객들이 눈에 띄게 줄지만 '괴물' 스크린은 새벽 2~3시까지도 대부분의 스크린에서 매진행렬을 계속하고 있다. 이는 무엇보다 영화적 재미와 완성도에서 기인하지만 괴수 공포영화로서 낮보다는 오히려 밤에 보는 게 제격이라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기 때문. 특히 '괴물'이 한강변에 출몰해 인명을 살상하고 먹어치우는 수중생물체라는 점에서 영화관람뒤 강변에서의 심야피서는 하나의 코스로까지 여겨지고 있다. 1일 새벽 2시 서울 여의도 한강둔치에서 만난 이태수씨(40ㆍ회사원)는 "초-중학교에 다니는 아이들, 아내와 함께 영화를 본 뒤 괴물이 출몰한 이곳을 찾아 열대야를 식히니 더할 나위 없이 시원하다"며 "괴물이 이 어둠을 뚫고 어디선가 나타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오싹함이 몰려와 온몸이 서늘해진다"고 말했다. 회사원 오지영씨(26)는 "'괴물'을 보고 그 배경이 된 곳을 찾아서 그런지 영화의 한장면 한장면이 새록새록 생각나 그 감동도 두배가 된 느낌"이라며 "진짜로 이곳에 괴수가 나타나면 저기 한가로이 정담을 나누고 있는 사람들에게 어떤 일이 벌어질까라는 상상을 해보기도 했다"고 밝혔다. '괴물'은 지난달 27일 개봉돼 5일만에 300만명을 돌파하는 등 그 기세는 날이 갈수록 더해가고 있다. (스포츠조선 김호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