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기획] '괴물' 잉태한 물줄기… 수천년 역사가 넘실

한민족의 젖줄 '한강'이 재조명받고 있다. 지난달 27일 개봉한 뒤 6일만에 300만명을 돌파하며 역대 최단기간 관객동원 기록을 세운 영화 '괴물'의 위력 때문이다. 새삼 문화코드로서의 '영화'의 위력을 실감할 수 있는 부분이다. 영화 '괴물'은 19년전 '소년 봉준호'가 본 판타지의 산물이다. 당시 고3 수험생이던 봉 감독은 한강을 내다볼 수 있는 창에서 한강다리를 기어오르다 뚝 뚤어지는 괴물체를 목격했다고 진술한 바 있다. 신석기시대부터 우리문화 발달의 터전 - 끊임없는 쟁패의 요지
유역면적 3만4473㎢ 세계적 규모… 시민 휴식공간으로 재탄생 그 소년의 어릴 적 추억은 유머와 사회적 풍자가 가득한 명품 영화로 우리 앞에 새롭게 다가왔다. 신석기시대부터 문화발달의 터전이 되어온 한강은 삼국시대 이래 이를 차지하기 위한 끊임없는 쟁패의 요지가 될 만큼 정치, 경제, 문화적 중심지였다. 조선시대의 왕은 선왕의 능에 참배하거나 나들이를 위해 1년에 수차례는 한강을 건너야만 했다. 국왕행렬이 한강을 건너가기 위해서는 큰 배 70척을 가로로 이어 서로 묶은 뒤 그 위에 널빤지를 깔아 오늘의 부잔교 역할을 하도록 해야 했다. 근대에 들어와서는 수도 서울을 중심으로 한 생활권의 확장과 더불어 교통량 및 물동량이 증가해 한강의 의미와 필요성은 더욱 절실해졌다. 한반도 역사의 진화는 한강과 그 맥을 같이 해온 것이다. 한강의 유역면적은 2만6018㎢(북한지역을 포함하면 3만4473㎢)에 이르며, 상류부는 남한강과 북한강의 둘로 나뉜다. 남한강은 강원 삼척시의 대덕산(1307m)에서 발원, 금강산 부근에서 발원한 북한강과 경기 양평군 양수리에서 합류한다. 양수리에서 하나로 합쳐지는 한강은 팔당호를 거쳐 서울로 진입, 중랑천과 안양천을 거쳐 김포반도의 북부를 돌아 강화만에서 황해로 들어간다. 한강은 프랑스의 세느강이나 영국의 템즈강과 비교해서 규모나 밤의 야경 등 아름다움에서 전혀 손색이 없는 세계적인 자연환경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한목소리다. 특히 지난 1987년 당시 42종에 불과했던 한강 서식 어류는 생태계 복원 노력이 이어지면서 철갑상어와 은어 등 60종 가까이 불어나는 등 시민들의 휴식공간으로 제역할을 해내고 있다. 그 한강에서 요즘 괴물이 출현했다고 해서 '난리'다. 한강의 오늘을 되짚었다. (스포츠조선 나성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