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방' 장면 "최신 영화의 트렌드다"

화제리에 촬영되고 있는 장진영과 김승우의 영화 '연애, 그 참을 수 없는 가벼움'. 룸살롱 걸을 연기하는 장진영이 '난 괜찮아' '당신은 모르실 거야'를 부르다 급기야 김승우를 붙잡고 '맨발의 청춘'을 부르는 장면이 압권이다(사진). 노래장 장면이 최신 영화의 트렌드로 자리잡았다. 지난해 가장 많은 사랑을 받았던 최루성 멜로영화 '너는 내 운명'이 대표적인 예. 술집 아가씨 전도연이 순진한 시골 총각 역의 황정민을 노래방에서 "오빠 나만 바라봐~"하고 유혹할 때 시작된 이들의 순애보 사랑은 마지막 교도소 면회 장면과 함께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 장면으로 많은 이들에게 기억된다. '너는 내 운명'과 비슷한 시기에 개봉됐던 '광식이 동생 광태'의 경우, 김주혁이 이요원의 앞에서 '세월이 가면'을 부르는 장면으로 광식의 마음을 대변했다. 이밖에도 '청춘만화', '가문의 부활' 등 최근 개봉된 트렌디 영화 중 노래방 장면을 찾는 건 어렵지 않은 일이다. 조인성 이보영 주연의 '비열한거리'에서는 이보영이 '그대 내 맘에 들어오면은'하며 흥얼 거리자 조인성이 이내 가세해 함께 부르는 장면이 준비돼 있다. 열에 다섯 이상 찾아볼 수 있을 정도로 노래방 장면이 눈에 띄는데는 몇가지 이유가 있다. 가장 큰 배경 중 하나는 노래방 장면이 남녀 주인공의 감정이 시작되거나 완성되거나 정리되는 하나의 중요한 모티브를 제공하기 용이하다는 점. 노래의 가사나 노래방 특유의 분위기를 빌어 주인공 각자의 또는 서로의 애틋한 마음이나 심리 상태를 간접적으로 보여줄 수 있다는 점에서 작가와 감독들이 선호하는 추세다. 많은 청춘 남녀들이 연애하면서 한두번 이상은 노래방에서 데이트를 갖는 경험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작위적이지 않은 리얼한 상황으로 충분히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점도 노래방 장면이 쏟아지는 이유. 할리우드 영화와 달리 유독 국내 영화에만 노래방 장면이 많은 건 그만큼 우리나라에 노래방 문화가 발달돼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남녀 주연 배우들의 노래 부르는 장면은 관객들에게 색다른 오락적 요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제작진이 관객들에게 선사하는 하나의 보너스로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좋은 예로 신예 스타 김옥빈은 영화 '다세포 소녀'에서 화려한 춤솜씨와 함께 역시 빼어난 노래실력을 선보여 장안의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스포츠조선 정경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