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식, "아찔 추락신..역시 가족이 소중"

서른을 가득채워 불혹을 눈앞에 뒀다. 하지만 그는 나이가 없다. 영화배우 이문식. 그의 기세가 대단하다. '형사 공필두', '구타유발자들'에 이어 이번에는 '플라이 대디'(감독 최종태)의 주연을 맡았다. 제목에서 풍기듯 그는 평생을 성실하게 살아온 한 가족의 가장 '장가필'(별칭 짱가) 역이다. 한데 성격이 소심해 가족을 지키지 못하고 곤경에 처한다. 그러나 뭐든지 위기에 빛을 발하는 법. 마침내 그도 폭력의 희생양이 된 딸을 지키기위해 열아홉 싸움고수 승석(이준기)의 휘하에 들어가 수련을 쌓은 뒤 악의 무리를 물리치고 가족의 영웅으로 태어난다. 이문식은 이번 영화를 통해 '득도'를 했다. 흥행에 마음을 비웠다. 요즘 많은 영화전문가들이 "이문식이 기로에 섰다"고 평가하고 있다. 최근 주연으로 출연한 작품들의 흥행 실적이 기대 이하였기 때문. 하지만 그는 오히려 마음이 편하다. 약이 됐다고 한다. "결과물에 너무 신경을 쓴 것이 아닌가하고 반성하고 있습니다. 초심을 잃지 말아야 했는데…"라며 입술을 깨물었다. '플라이 대디'가 휴먼 코미디라지만 촬영 과정에서 생사를 넘나든 적도 있었다. 암벽 등반 신에서 발을 헛디뎌 추락한 것. "아, 이제 죽는구나!"라는 공포가 뇌리를 스치는 순간 가까스로 로프가 그를 지탱했다. 하지만 이문식은 '죽음'을 생각하게 됐다. 특히 중학교 1학년 때 아버지를 잃어 '사(死)의 아픔'이 남다르다. 그리고 어릴 때부터 단란한 가정이 늘 부러웠다. 그는 "가슴이 아팠다. 아버지에게 제대로 해드린 것이 하나도 없는데. 이번 영화를 통해 가족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됐다"고 웃었다. '살과의 전쟁'도 추억이다. '어두운 가장'에서 '화려한 가장'으로 변신하기 위해 그는 12~13㎏을 늘렸다가 다시 쫙 뺐다. 말이 쉽지 체중 감량 과정은 고통이었다. 또 워낙 뛰는 장면이 많아 마라톤 영화를 찍는 것이 아닌가하는 착각도 했다고 한다. '플라이 대디'는 3일 개봉됐다. 그리고 그는 말한다. "찌든 일상에 잠깐 쉬어간다고 생각하며 영화관을 찾아 주길 바랍니다. 딸과 아빠와 함께 손잡고 오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조그마한 계기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스포츠조선 김성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