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세포소녀' 콩가루도 이런 콩가루가 없다

도대체 이걸 어떻게 봐야 하나? 그만큼 '다세포소녀'(감독 이재용, 제작 영화세상)는 관객들을 당황하게 한다. 엽기적인 풍자, 발칙한 상상, 그리고 발랄한 섹스와 코미디가 한데 섞였다. 그동안 우리영화에서 좀처럼 볼 수 없었던 '코드'가 녹아 있다. 과연 이 영화가 '정사', '스캔들' 등 시대를 초월하는 멜로 드라마를 만들었던 이재용 감독의 후속 작품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다. 다세포소녀는 동명의 인터넷만화를 원작으로 한다. 360만건의 폭발적인 페이지뷰를 기록 중인 인기만화다. 그 인기의 근원은 사회적인 통념을 깨는 시츄에이션과 캐릭터에 있다. 원작만화 1회를 그대로 옮겨온 영화 도입부가 그렇다. 무쓸모 고교의 한 수업반. 보강을 들어온 선생님이 "영어 선생님이 성병으로 오늘 못 나온다"면서 "반장도 병원에 가봐요"라고 하자, 아이들이 웅성거린다. 반장 여학생이 벌떡 일어나 "선생님 전 원조교제 같은 건 안 했어요"라고 항변한다. 옆 남자친구에게 "나쁜 XX, 어쩐지 이상하더라"라며 울부짖는다. 그리곤 앞, 옆, 뒷줄의 친구들이 성적(?)으로 관계가 있었음을 암시하며 줄줄이 뛰쳐나간다. 마지막에 남은 건 영원한 숫총각 외눈박이 뿐이다.

분명히 말도 안되는 얘기다. 원조교제에, 사제지간의 부적절한 관계, 동성애까지. '콩가루'도 이런 콩가루가 없다. 하지만 보는 사람에겐 묘한 카타르시스를 전해준다. 머리 속으로만 어렴풋이 상상하던 일탈과 비틀기, 고정관념의 파괴가 속시원히 펼쳐지기 때문이다. 이재용 감독은 시사회에 앞서 이런 말로 이번 작업의 고충을 털어놨다. "부모님도 영화를 보러 오셨는데 큰일입니다. 나름 점잖은 집안인데 이런 영화 만들었다고 뭐라고 안 하실지 걱정됩니다. 하하."

걱정스럽고 황당한 시츄에이션은 끝까지 계속된다. 가난을 등에 업은 소녀, 외눈박이, 안소니, 도라지 소녀, 테리 ＆ 우스 등 정형화되지 않은 캐릭터들이 '다세포'적인 인물을 창조한다. 영화의 드라마적 요소를 중시하는 팬이라면 다소 실망할 수도. 그냥 있는 그대로의 캐릭터를 즐기는게 이 영화를 재미있게 보는 감상법 중의 하나다. 아쉬운 것은 원작만화가 '19세이하 금지'의 성인만화인데 비해, 영화는 15세 이상 관람가 판정을 받기 위해 대사와 묘사에서 상당부분 만화의 그것보다 양보했다는 점. 원색적인 대사가 '일품'인 만화보다 '농도'는 약하다. 후반부의 이무기 신은 CG에 매우 공을 들인 대목. 김수미가 반인반수의 이무기로 나와 또 다른 코믹 연기를 보여준다. 8월 10일 개봉한다. (스포츠조선 김인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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