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회 LG배 세계기왕전] 棄子爭先

〈제11보〉(154~176)=판이 메워져 갈수록 착점의 선택 범위가 줄어드는 건 당연한 이치. 이론상 첫 수가 놓일 수 있는 곳은 361 곳이나 되고, 끝내기 무렵엔 수십 개 이내로 줄어든다. 하지만 아마추어들에게 ‘다음 수’란 종반전 돌입 후에도 여전히 안갯속이다. 승부가 걸린 막판, 고도의 계산력과 흥정으로 판을 정리해 가는 프로들을 보면 언제나 감탄스럽다.
?의 치중에 백은 154로 막아 좌상 쪽 2점을 버렸다. 참고도 1, 3의 처리와 비교해 분명한 손해. 그러나 흑은 뒤이어 4로 반상(盤上) 최대처를 차지할 것이다(4 다음 백 A는 흑 B에 받아 차단되지 않는다). 결국 161까지는 돌을 버려 선수(先手)를 잡는 이른바 기자쟁선(棄子爭先), 사석(捨石) 전법이었다. 흑 ?가 그만큼 좋은 끝내기였다는 얘기도 된다.
170으로 한 집이라도 더 버티겠다고 ‘가’에 두는 것은 백이 170으로 몰아 먹여친 뒤 우상귀 ‘나’로 뚫어 연단수로 잡힘을 확인해 보시도록. 173을 내려찍는 홍민표의 표정이 느긋하다. 순간 176. 이건 또 무슨 뜻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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