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회 LG배 세계기왕전] 氣勢의 승리

〈총보〉(1~279)=이 바둑은 중반 이후 서로 큰 실수 없이 최선을 다 한 내용이었고 흑이 미세한 차이로 이겼다. 결국 승부는 중반 돌입 무렵 상변과 우하귀의 패(覇) 바꿔치기에서 결정 났던 셈이다. 백은 절묘하게 패를 만들고도 형세를 오판(誤判), 팻감을 잘못 고른 것이 패인이 됐다.
홍민표는 세계적 강자를 맞아 패기 있게 잘 싸웠다. 53만 해도 참고도처럼 처리해 불만 없는 형세였으나 강력하게 맞받아쳤다. 기세란 묘한 것이어서, 한번 위축되면 주도권이란 놈은 날개라도 달린 듯 날아가버린다. 우위에 선 뒤 판 닦아나가는 솜씨도 매끄러웠다. 100수 이전에 잡은 미세한 우세를 끝까지 지켜나가기란 여간 힘든 게 아니다.
8년 연속 LG배에 개근하며 두 차례나 4강에 들었던 저우허양은 올해는 첫 장애물에 걸려 낙마했다. ‘세계는 넓고 고수(高手)는 널렸다’고나 할까. 홍민표의 승승장구를 기원한다. (77…65, 180…152, 181…158, 186 192 198 204 210 216 222 228 234 255…176, 189 195 201 207 213 219 225 231 237…39, 279수 끝 흑 1집 반 승, 소비시간 백 2시간 58분, 흑 2시간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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