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회 LG배 세계기왕전] 바뀌는 理論

〈제1보〉(1~13)=포석도, 정석도 진화(進化)한다. 때로는 진화 정도에 그치지 않고 기존 이론이 180도 반전하기도 한다. 과학의 세계에서도 종종 있는 일이지만, 바둑에서처럼 금기시되던 이론이 아예 새 주인으로 들어앉는 경우는 드물다. 가장 과학적인 게임으로 꼽혀온 바둑에서 이 같은 비과학적 뒤집기가 펼쳐지는 현상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조한승과 조치훈, 한·일을 무대로 활약 중인 ‘종씨(宗氏)’ 대결이다.
15분이나 투입한 흑 7이 좋은 예. 백 4가 온 뒤 7은 백이 ‘가’ 근방을 둘 경우 벌림 겸 협공의 호점이라 해서 절대 금기시되던 걸침이다. 예전 기보에서 7로는 두 눈 감고 4의 한 점을 협공한 것도 그런 이유. 하지만 요즘엔 참고도를 백이 상변에 편재(偏在)된 결과로 보는 해석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패러다임의 변천이라고 보기엔 엄청난 반전이다.
고심하던 백은 8로 손을 빼 버렸고 흑도 9로 걸쳐갔다. 그러고 보면 바둑도 인생처럼 이래도 한 판, 저래도 한 판이다. 서봉수처럼 “승부는 중반 이후에 결정 나는데 포석에 무슨 이론이 있느냐”고 말하는 극단적 ‘포석 무용(無用)론’자도 있다. 13에 붙여가면서 판이 뜨거워지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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