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가진 동생과 다 못가진 형… 곪은 애증에 메스를 대다

도쿄에서 사진작가로 활동하는 타케루(오다기리 죠·사진)는 어머니 기일을 맞아 오랜만에 고향을 찾는다. 작은 주유소를 경영하는 형 미노루(카가와 테루유키)는 함께 일하는 치에코(마키 요우코)에게 연정을 느끼지만 타케루가 나타나자 묘한 기류가 흐른다. 어릴 적 추억이 담긴 계곡으로 놀러간 세 사람. 계곡 아래에서 사진을 찍다 흔들다리를 올려다본 타케루는 미노루 옆의 치에코가 떨어져 죽는 장면을 목격한다. 바로 그 때 무슨 일이 일어났던 걸까.
‘유레루’(10일 개봉)는 이에 대한 관객의 호기심을 작품의 동력으로 긴장감 넘치게 활용한 수작 심리 스릴러다. 극 초반 치에코가 떨어지는 순간은 요란했던 계곡 물소리가 일거에 사라져 죽음 같은 정적만 남은 채 놀라 쳐다보는 타케루의 시선 만으로 대체 묘사되어 궁금증을 증폭시킨다. 이후 법정 드라마 형식을 빌어 사건은 흥미롭게 재구성된다.
관객들이 사건의 진실에 관심을 기울이는 동안 감독은 진짜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차근차근 풀어낸다. 외모에서 재능까지 모든 것을 다 가진 동생과 그 그늘에 가려 보잘 것 없는 삶을 살아가는 형, 그리고 그 사이에 놓인 여자. 사실 적잖은 영화가 이런 구도를 차용해왔다. 하지만 ‘유레루’는 입체적 심리 묘사와 호들갑 떨지 않으면서 하고 싶은 말을 정확히 전달할 줄 아는 화법으로 형제간 강렬한 애증의 드라마를 완성했다. 단아하고 간결한 니시카와 미와 감독의 연출은 자질구레한 소품들은 다 치워버리고 심리만 오롯이 남긴 듯한 공간 속에서 선명히 자신의 인장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