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ay after] 정진영, 곤룡포 벗고 치킨집 아저씨 변신

영화 '왕의 남자'에서 광기어린 연기로 1230만명의 관객을 사로잡으며 한국영화 최고흥행의 신기원을 이룩한 국민배우 정진영. 그는 이제 더 이상 연산군이 아니다. 1.이름:정진영
2.영화 '번트' 촬영 중
3.잘댄'번트'하나
4.생활 신조:열 안타 안부럽다.
5.인생 목표:내년봄엔 흥행 홈런 날릴거야… 내년초 개봉예정의 영화 '번트'에서 치킨집을 운영하는 동네 아저씨 허진규로 변신, 촬영에 한창이다. 특이한 점이 있다면 지능지수가 60에 불과할 만큼 발달장애를 겪고 있는 외아들 동구(최우혁 분)를 홀로 키우고 있다는 것. 동구가 당연히 일반학교에 다녀야 한다며 흔들림 없이 학교에 보내는 열혈 아빠로,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물 따라주는 것을 좋아하는 아들을 위해 뭐든지 해주고 싶은 마음의 소유자다. 영상 30도가 넘는 땡볕더위가 내리쬐는 전주시 진북초등학교 운동장. 동구가 야구부원들에게 주전자로 물을 떠다주는 가운데 등장한 아빠 진규. 코치(권오중 분)는 동구가 물당번하는 것을 들키게 됐다는 마음에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진규는 그렇게 해서라도 야구부에 남아있을 수 있다면 좋다는 마음. 양측의 묘한 신경전이 펼쳐진다. 박규태 감독의 컷 사인이 떨어진 뒤 그늘로 가 쉬고 있는 그에게 말을 건넸다. 몸값 올려주면 좋지만 형편대로 달라고 했죠
험한세상 사는 아빠와 아들의 귀여운 버티기
'왕의 남자'와는 또 다른 감동이…

-고생이 많죠? ▶저보다 스태프들이 고생이죠. 저는 그래도 틈틈이 그늘에 앉아 있곤 하는데 스태프들은 그렇지 못해요. -'왕의 남자'가 히트를 쳐 몸값이 많이 올랐겠어요? ▶글쎄요. 지난번보다는 이번에 조금 더 주더라구요. -아니 4억~5억원은 돼야 하는 것 아닌가요? ▶제작현실을 뻔히 아는데 많이 달라고 할 수 있나요. 올려주면 좋긴 한데 형편대로 달라고 했어요. -단독주연은 처음이죠? ▶글쎄. 동구가 주연 아닌가요.(웃음) 부담이 없는 건 아니지만 잘 될 거라 믿어요. 박 감독도 '달마야 놀자'의 각본을 맡은 적 있어 호흡이 잘 맞아요. 초등학교 2학년인 아들이 있는데 우리 애가 볼 수 있는 영화로는 이번이 처음이에요. 그만큼 열심히 해야겠죠. -발달장애를 겪고 있는 아이를 둔 아빠의 얘기를 다루는 건 흔치 않은 일인데요? ▶이 영화도 기획 초반에는 아빠가 아니라 엄마의 분투기였어요. 그런데 우연히 시나리오를 보니 너무 마음에 드는 거예요. 그래서 박 감독에게 얘기했더니 바꾸면 하겠느냐는 거였어요. 그래서 그러겠다고 했죠. -동구라는 이름이 정겹게 느껴지는데? ▶예. 히딩크 감독의 한국식 이름이 히동구라서 그런 것 같네요. -'번트'를 한마디로 말한다면 어떤 영화인가요? ▶험한 세상을 사는 두 부자의 귀여운 버티기라고 볼 수 있죠. -관객반응은 어떨거라 보세요? ▶'번트'는 작지만 큰 영화입니다. 일단 제작비가 25억원 수준이라고 들었어요. 그런데 감동은 '왕의 남자'와 견줄만하다고 봅니다. (스포츠조선 전주=김호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