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스케키', 시원한 얼음과자 같은 청량감

푹푹 찐다. 거리에 나서면 온통 짜증 뿐이다. 살짝이라도 건드리면 모두가 폭발할 것 같다. 하지만 이 영화 한 편이면 짜증 끝이다. 산들바람이 부드럽게 마음으로 다가와 함박미소를 띄우게 하는 영화다. 아이스케키(제작 MK 픽처스). '으랏차차'와 '운동회' 등 각종 단편 영화제에서 관객들의 주목을 받은 여인광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1969년 전남 여수를 배경으로 아이스케키를 팔아 서울에 사는 아버지를 찾으러 가려는 소년 영래의 이야기를 그려냈다. 당초 영래 부모인 신애라와 이재룡이 14년 만에 부부로 출연하는 것이 화제였다. 하지만 영화를 보면 초점은 달라진다. 눈길을 끄는 부분은 아역 배우들의 열연이다. 영래인 박지빈과 그의 친구인 장준영(송수)이 아이스케키를 매개로 희로애락을 발산한다. 여름의 산물인 아이스케키는 좌절, 희망, 사랑이다. 영래는 아버지가 서울에 계신다는 말을 듣고 기차삯을 마련한기 위해 엄마 몰래 아이스케키 장사를 시작한다. 하지만 맞닥뜨리는 것은 좌절이다. 동네 깡패 형에게 모든 것을 빼앗긴다. 하지만 희망을 잃지 않고 억압에 맞선 끝에 역전 상권을 쟁취한다. 엄마의 거센 반대도 영래의 열정 앞에서는 속수무책이다. 그리고 마침내 서울을 찾았지만 영래를 맞은 것은 '아버지의 상여'다. 모든 꿈이 수포로 돌아가는 순간이다. 하지만 이재룡이 왜 출연하겠는가. 분명 반전이 있다. 또 아이스케키는 사랑을 싣고 영래를 신화의 주인공을 만든다. 가족의 소중함도 빼놓을 수 없다. 헤게모니를 쥐고 있는 인물이 인백(진구)이다. 소위 '빨갱이의 자식'으로 천대받는 인백은 아버지를 멸시한다. 하지만 영래를 통해 아버지에 대해 재인식 한다. '아이스케키'에서 시공간의 이질감은 없다. 69년, 그때 그 모습이 생생하게 재현됐다. 색소덩어리지만 당시만 해도 최고의 먹거리인 아이스케키를 갈구하는 어린이들의 열망 또한 심금을 울리기에 충분하다. 여기에다 중간 중간 주체할 수 없이 터지는 웃음보는 양념이다. 단 '육성회비'도 내지 못하는 가정이라는 설정이 무색할 만큼 영래 엄마의 패션이 너무 화려하다. 옥에 티다. 어찌됐든 온 가족이 함께 '아이스케키'를 보면 본전 생각이 나지 않는 훈훈한 영화인 것은 틀림없다. '아이스케키'는 24일 개봉한다. (스포츠조선 김성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