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중, 조폭으로 천사로...행복한 '이중생활'

조폭 두목→고교생→고종→조폭 두목→천사, 그의 연기 변신이 신의 경지에 이르렀다. '투사부일체', '한반도'의 김상중이다. 김상중이 또 다시 진군한다. 이번에는 천사로 돌아왔다. 24일 개봉하는 '원탁의 천사'(감독 권성국)에서 1인 2역을 소화했다. 극과 극이다. 그는 다혈질에 욕설을 입에 달고 있는 몰락한 석조파 두목 장석조로 시작한다. 하지만 불의의 교통사고가 그의 신분을 상승시킨다. 천사다. 영혼을 거두러 온 천사가 영규(임하룡)의 소원을 돕기 위해 장석조의 몸에 빙의한다. 팔색조보다 더 변화무쌍한 연기를 선보이고 있는 김상중. 충무로에선 '김상중 시대'라는 극찬이 이어지고 있다. 과연 그의 한계는 어디까지일까. ▶진정한 프로 김상중의 이름 석자에 늘 따라다니는 수식어가 있다. 연기파 배우다. 그만큼 어떤 배역이 주어지든 그의 연기는 자연스럽고 능청맞다. '원탁의 천사'에서도 마치 두 사람이 연기를 한 것처럼 완벽하게 소화해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비결은 뭘까. 김상중은 "인물에 동화돼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 뿐"이라고 말한다. 그는 '원탁의 천사'를 찍을 때 1인 2역으로 실생활을 했다. 조폭 역을 촬영할 때는 조폭처럼, 천사로 변신했을 때는 천사에 몰입했다. '원탁의 천사'의 촬영장에서 웃음이 끊기지 않은 이유도 김상중의 변신 덕분이다. 15년. 그가 '연기밥'을 먹은 세월이다. 하지만 그는 늘 자신의 연기가 만족스럽지 못하다고 한다. "15년간 연기를 했지만 역시 답이 없다. 하면 할 수록 어려운 것이 연기다. 늘 결과를 보면 아쉽다"고 진지하게 말하는 그의 표정에 연기의 깊이를 느낄수 있다. ▶1000만 흥행 파워

요즘 김상중에게 쏟아지는 질문이 하나 있다. '제2의 전성기를 맞는 소감'이다. 출연하는 영화마다 대박행진이다. 특히 밤에는 조직 두목, 낮에는 늙다리 고딩으로 관객들을 포복절도시킨 '투사부일체'는 610만을 기록했다. 한국 영화 역대 흥행 순위 8위다. 카리스마와 온화함, 그 속에 숨길 수 없는 유머와 순발력이 흥행으로 이어지고 있다. '원탁의 천사'가 기대를 받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정작 본인은 특별한 감흥이 없다. 특히 '제2의 전성기'에 대해선 손사래를 친다. "제1의 전성기도 없었다. 두루두루 배역을 맡다보니 운이 좋았다"며 고개를 숙인다. 그리고 "흥행은 운칠기삼"이라며 쑥스럽게 웃었다. ▶장르에 대한 단상 김상중과 코미디물. 처음에는 낯설었다. 하지만 이젠 맞춤복처럼 잘 어울린다. 김상중도 코미디 영화가 너무 재밌단다. 하지만 그는 또 다른 변신을 준비하고 있다. 김상중은 살리에르를 좋아한다. 천재인 모차르트가 명성을 날렸지만 김상중은 늘 열심히 연구하는 살리에르에 가깝다고 한다. 그래서 이번 영화를 끝으로 코미디 물은 잠깐 접으려고 한다. 고인 물이 되지 않기 위해서다. 그는 "아직 못해 본 역이 너무 많다. 코믹 영화는 관객들이 이제 식상해 할 수 있다. 다음 작품은 구체적으로 정해지지 않았지만 스릴러물에 도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공부하는 연기자 김상중. 대학에서 강의 청탁도 줄을 잇지만 "아직은 연기에 배가 고프다"며 고사하는 그의 정열에 진정한 '장인의 향기'가 묻어난다. (스포츠조선 김성원 기자, 사진=최문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