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의 힘'은 어디서 나왔나?

'괴물'의 폭발적 흥행은 예고돼 있었다. 물론 올초 촬영은 다 끝난 상태에서 CG작업에 난항을 겪으며, 무산위기에 처하기는 했지만 '괴물'은 개봉과 함께 한국영화의 새로운 역사를 만들고 있다. '왕의 남자'가 갖고 있는 한국영화 최다관객인 1230만명을 넘길 것으로 전망되는 이런 괴력의 원천은 무엇인가. 이는 10가지로 요약된다. 실감 CG + 환상 대진운 + 최다 상영관…
'한국 영화 새역사' 이유 있었네… 최다 상영관='왕의 남자'의 개봉관수는 255개인 반면 '괴물'은 620개. '태풍'의 540개 뛰어넘는 역대 최다 규모다. 이 스크린수는 개봉 일주일만에 400만을 돌파했다. 12세 이상 관람가=역대 흥행 1, 2, 3위를 기록한 '왕의 남자' '태극기 휘날리며' '실미도'가 15세 관람가라는 점에서 관객폭이 상대적으로 넓다. 환상의 대진운='왕의 남자'가 '태풍'과 '킹콩' 등과 맞서 경쟁하는 어려운 환경이었던 반면 '괴물'은 '한반도' 개봉 2주 후, '캐리비안의 해적-망자의 함' 개봉 3주 후 등 대진운이 좋았다. 앞으로 추석전까지도 대진운은 계속될 것이라는 게 '괴물'을 웃게 만든다. 날씨도 도왔다=개봉첫주인 7월말 휴가피크시즌인데도 불구, 장마가 엄습하면서 피서객을 꽁꽁 묶어 개봉 첫주말 200만돌파라는 기염을 토하며 기세를 올렸다. 장마로 한강물이 불어나 공포감을 자극, 한강의 괴물을 그린 이 영화의 감동을 더했다. 괴물의 눈부신 활약='반지의 제왕'팀이 합류한 CG는 역시 대단했다. 50억원이나 되는 제작비를 삼킨 괴물은 초반부터 종회무진 누비며 관객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물속의 그림자로 등장한 괴물은 조금씩 클로즈업되며 막판에는 목구멍까지 보여주는 식이었다. 언론과 영화제의 호평=지난 5월의 칸영화제에서 상영된 뒤 뉴욕타임즈는 '이번 영화제 상영작 중 최고'라는 극찬을 아끼지 않았으며, 개봉후에도 에딘버러영화제 등 각 영화제에서 매진사례를 기록했다. 비극이다=역대 흥행랭킹 3위까지 모두 비극이다. '괴물' 역시 딸이 괴물에게 희생되는 비극으로 관객의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가족애=아빠와 할아버지, 삼촌, 고모 등 '괴물'은 가족의 눈물겨운 사투기다. 멜로물은 연인인 관객 2명을 동원하지만 가족영화는 3~~4명까지도 가능하다. 이는 평소 영화를 자주 보지 않던 부모까지도 극장으로 끌어들이는 효과가 있다. 못난이 만세='왕의 남자'의 이준기는 광대로 비천한 신분이었지만 권력을 시원하게 풍자, 보통관객들의 환호를 자아냈다. '괴물'에서 송강호나 박해일, 변희봉, 배두나 등은 어딘가 못난 구석이 있지만 괴물에 맞서 결국 승리(?)하는 카타르시스를 제공한다. 작통권 논쟁='괴물'의 실마리는 용산미군기지에서의 포름알데히드 한강방류. 이는 한국과 미국의 전시작전통제권 논쟁과 맞물리며 관심을 부추긴다. (스포츠조선 김호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