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애미 바이스' 화끈한 액션은 없다

굳이 말하자면, ‘마이애미 바이스’는 ‘액션영화’가 아니라 ‘형사영화’다. 미국 플로리다의 도시 마이애미를 중심 무대로 팀을 이룬 두 경찰이 마약범죄에 맞서 싸우는 버디 무비(두 남자배우가 콤비로 출연하는 영화)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지만, 이 작품은 영화 ‘나쁜 녀석들’의 정반대 지점에 서 있다. 세밀하고 건조하며 단단하고 빡빡한 ‘마이애미 바이스’에는 윤활유처럼 곁들여지는 ‘할리우드식 유머’가 들어설 자리가 없다. 일거에 폭발하며 불을 뿜기보다는 서서히 연기를 뿜어가며 내연(內燃)하는 이 영화의 긴장감은 기본적으로 액션이 아니라 플롯(이야기를 짜나가는 방식)에서 동력을 얻는다.
국제적 마약판매조직을 뒤쫓던 FBI와 CIA의 합동수사가 정보 유출로 실패하자, FBI는 소니(콜린 패럴)와 텁스(제이미 폭스)를 마약운반책으로 위장시켜 조직에 침투시킨다. 콜롬비아에 본부를 둔 조직 핵심부를 수사하기 위해 조직의 돈세탁을 담당하는 이사벨라(공리)에게 접근하던 소니는 뜻하지 않게 그녀와 사랑에 빠진다.
‘마이애미 바이스’의 영화적 문장에는 형용사와 부사가 없다. ‘히트’ ‘콜래트럴’ ‘인사이더’를 통해 완벽주의자의 면모를 과시한 마이클 만 감독은 시종 냉기가 흐르는 가운데 긴장을 잃지 않는 ‘남자 영화’ 한 편을 만들어냈다. 동료 요원이 좌절감으로 고속도로에 뛰어들어 자살하는 장면에서조차 감독은 대형트럭이 경적을 울리거나 브레이크 소리를 내게 하지 않는다. 대신 그의 카메라는 트럭이 제 속도로 무심하게 치고 지나간 뒤 도로에 남은 핏자국만을 먼 발치에서 냉랭히 응시한다.
이 영화엔 ‘히트’의 그 유명한 시가전만큼 뛰어난 액션 장면이 없다. 여름철 블록버스터 액션 영화의 물량공세를 기대한 관객이라면 액션의 양과 규모에서 큰 실망감을 느낄 수도 있다. 대신 마이클 만은 마약조직에 침투해 수사를 한다는 게 어떤 것인지 세밀하기 이를 데 없는 디테일로 보여준다. 단 하나의 사건만을 택해 전력투구하는 이 영화 화법은 동영상으로 제작된 수사 파일을 훔쳐보는 듯한 사실감을 준다. 요일별로 시차를 두어가며 비밀 정보를 관련 기관들에 알려 어디서 정보가 새는지 확인하는 장면이나, 폭발장치를 손에 든 채 위협하는 인질범에 맞서 총을 겨눈 경찰이 팽팽한 기싸움을 벌이는 장면 등이 멋지다. 그러나 드라마적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콜린 패럴과 공리의 러브 스토리는 관습적 전개로 별다른 인상을 남기지 못한다. 쿠바의 낭만적인 해변에서 모히토를 마시고 살사 댄스를 추어도 두 배우는 사랑에 빠진 연인 사이로 보이지 않는다.
동료 경찰인 애인이 폭발사고로 중상을 입자 텁스는 “이런 허접스러운 직업 때문에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니 너무 억울해”라고 울부짖는다. 마지막 순간에 소니는 “행운은 지나갔소. 우리 몫이 아니었지”라고 읊조린다. 마이클 만의 영화들엔 비관주의적 세계관이 짙게 깔려 있다. 그러나 희망 없는 세상에서도 그의 주인공들은 투철한 장인정신으로 자신의 일에 부서질 듯 달려든다. 마이클 만 영화의 매력은 그런 이중성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