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탁의 천사' 친구로 환생한 아빠

'선 웃음 후 눈물', 코미디물의 전형을 답습한 영화가 나왔다. '원탁의 천사'(감독 권성국, 제작 시네마제니스)다. 내용은 기발하다. 사기 전과로 복역 중인 영규(임하룡)는 출소 전날 생뚱맞게 발야구를 하다 뇌진탕으로 죽는다. 시체 안치실로 찾아온 천사는 천국행을 종용한다. 하지만 아들 원탁(이민우)과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했던 영규는 잠시라도 아들의 가장 친한 친구가 되고 싶다고 한다. 불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천사는 본분을 망각한채 영규의 소원을 들어준다. 원탁의 동급생 동훈(하동훈)으로 환생한 아빠는 아들과 같은 반으로 전학을 가면서 갖가지 얘깃거리들을 쏟아낸다. 여기에 조폭 두목에서 천사로 변신하며 1인 2역을 소화한 김상중은 양념이다. 영화의 초반부는 무미건조하다. 어수선한 설정 때문에 화끈한 웃음보다는 실소를 금치 못하게 한다. 그렇다고 실망할 필요는 없다. 곧 봄은 온다. 하하로 더 친숙한 하동훈 덕분이다. 이 영화는 그의 첫 주연 영화다. 특히 18세로 환생했지만 속은 여전히 40대인 아빠를 연기해야 하는 황당한 조건이지만 하동훈의 농익은 연기는 관객을 압도하기에 충분하다. 특히 "CD를 구워오라"는 요구에 CD를 불에 굽고, 햄버거 가게에서 "주문 받으러 오라"고 소리치고, '불고기 버거'의 존재를 상상도 못하는 그의 연기에 비로소 자연스러운 웃음을 유발한다. 그만큼 배역에 대한 깊이있는 연구가 이뤄졌다. '원조 영규'인 임하룡도 하동훈의 투혼에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그는 "하하가 연기한 저의 모습을 보고 연구를 많이 했다는 것을 알겠더라"며 웃었다. 김상중도 "영화를 보고 나서 느낀 것데, 두 사람이 정말 많이 비슷하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평가했다. 스크린에 데뷔한 신화의 이민우는 일단 잠재력을 인정받았다. 처음에는 낯선 느낌이 들었으나 극의 후반부 눈물 연기는 실감날 만큼 애절했다. 등급이 15세 이상인 '원탁의 천사'는 24일 개봉한다. (스포츠조선 김성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