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의없는 것들' 신하균, "말없는 캐릭터로 은근히 수다"

신하균은 참 독특한 색깔을 가진 배우다. 그가 연기하는 인물을 보면 마치 처음부터 그를 위해 만들어진 것처럼 안성맞춤으로 보인다. '공동경비구역 JSA'(2000)의 북한군 병사, '복수는 나의 것'(2002년)의 청각장애인, '우리형'(2004년)의 입술 기형을 가진 형 등. 극중의 인물과 하나로 포개진다. 혀 수술 위해 청부살인 '킬라'역 열연
대사 거의 없지만 내레이션으로 '활력'
평소엔 '방콕족'…'솔로탈출'계획 아직 ◆색깔있는 배우 그래서일까? 그가 맡는 역할은 강하고 진하다. 아니 그가 연기하면서 강하고 진해진다. '색깔있는 배우' 신하균은 이번에도 분명한 컬러를 갖고 관객을 찾아왔다. 영화 '예의없는 것들'(감독 박철희, 제작 튜브픽쳐스). 제목부터가 심히 도발적이다. 예의없는 것들이라니…. 이거 뭐 살짝 반말같기도 한 게 관객의 신경을 건드린다. 그가 맡은 역은 킬러다. 모 살충제를 연상시키는 '킬라'라는 이름의 청부살인업자다. 2001년에 '킬러들의 수다'에서 킬러를 연기한 이후 두번째. 그러나 그 때와는 느낌이 사뭇 다르다. 혀 짧은 소리를 내는 게 창피해서 아예 입을 다물어버린 벙어리 킬러. 설정부터가 예사롭지 않다. 좀 뒤틀렸다.

◆벙어리? 수다쟁이? 킬라는 혀 수술을 받는데 드는 1억원의 돈을 모으기 위해 킬러라는 직업을 선택했다. 살인의 피냄새 때문에 '작업' 후에는 진한 독주에 의지해야 할 만큼 여리지만 세상의 편견으로부터 탈출하기 위해 과감히 칼을 빼들었다. 대신 나름의 규칙을 정했다. 이 세상에서 예의없는 것들만 골라서 처리하기로 한 것. 그의 칼날은 예의없는 것들을 향하고 있다. "평소 사회적 약자에 대한 관심이 많았어요. 이 영화를 하게 된 이유 중의 하나도 바로 그런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는 것이었죠." 재미있는 것은 거의 대사가 없는 벙어리 역할이지만 신하균은 그가 그동안 맡았던 그 어떤 역할보다도 말을 제일 많이 했다는 점. 그는 때로는 비장미 넘치는, 때로는 위트 있는 내레이션으로 극의 활력을 더했다. "시사회 끝나고 정재영씨도 그러더라구요. 말 없다더니 정말 말 많다고. 사실 가장 수다스러운 역할이었어요." ◆일상은 무채색 스크린에서 유난히 강렬한 배우 신하균. 그러나 실생활에선 무채색에 가깝다. 마치 스크린과 캐릭터에 색과 혼을 담기 위해 그 전에는 철저히 그릇을 비워두는 사전 작업이라도 하는 것처럼. 촬영이 없는 날에는 대부분 '방콕'이다. 맥주 캔 하나 놓고 영화를 보면서 혼자만의 시간을 즐긴다. 어떤 때는 몇날 며칠이고 집에만 있는다. 그래도 답답한 줄을 모른다. 송강호, 정재영 등 평소 친분이 있는 선배들의 '포장마차 콜'이 있어야 자리를 털고 일어난다. "일주일에 몇 번이나 마시냐"고 물어보면 돌아오는 대답이 걸작. "글쎄요. 차라리 안 먹는 날을 세는 게 빠르겠는데요. 하하." 사람과 술을 좋아하다보니 올해로 서른을 훌쩍 넘겼지만 여전히 '솔로'. 부모님과 함께 서울 태릉 집에서 20년이 넘게 살고 있다. 결혼에 대한 생각도 확고부동하다. "아직 생각해보지도 않았습니다. 할 일이 많아요. 여동생도 시집 안 갔는 걸요." 충무로의 '과묵남' 신하균. 그가 앞으로 스크린에서 더 펼쳐보일 연기의 색깔이 궁금하다. (스포츠조선 김인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