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복 터진' 김승우의 연기 파트너 비교

'부드러운 남자' 김승우가 '여복'이 터졌다. 그는 최근 개봉을 앞두고 있는 새 영화 '해변의 여인'과 '연애, 그 참을 수 없는 가벼움'에서 각각 고현정, 장진영과 호흡을 맞췄다. '컴백' 스타 고현정은 이번이 자신의 스크린 데뷔작이라서, 장진영은 기존의 도회적인 이미지에서 파격적으로 변신해서 관심의 초점이 되고 있다. 김승우는 그 한 가운데서 관객은 물론 두 여배우의 관심을 독차지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두 영화가 일주일 차이로 개봉하는 바람에 서로 경쟁할 수밖에 없지만 그는 행복하다. 김승우는 "나는 참 행복한 사람"이라며 "고현정은 선천적인 능력이 뛰어난 배우, 장진영은 후천적인 노력이 돋보이는 배우"라고 높이 평가했다. '해변의 여인'과 '연애, 그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은 각각 오는 31일과 다음달 7일 개봉한다. (스포츠조선 김인구 기자) ■노력파 장진영
'연애, 그 참을 수 없는 가벼움' 끊임없는 반성과 도전
룸살롱 여급 완벽소화
청룡스타 명성 그대로

"장진영은 후천적으로 악착같이 노력을 해서 연기력이 뛰어난 배우다." 김승우는 '연애, 그 참을 수 없는 가벼움'(감독 김해곤, 제작 굿플레이어)에서 같이 연기한 장진영을 두고 "후천적인 노력이 뛰어난 배우"라고 말했다. 한마디로 내린 평가지만 장진영의 연기 스타일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장진영은 이 영화를 찍으면서 그 어느 때보다 두려움을 느꼈다. "과연 관객이 어떻게 봐줄까"하는 걱정이 개봉을 앞두고 점차 커졌다. "관객들의 시선이 더 두려워졌어요. 매번 새로운 캐릭터를 연기해야 한다는 건 배우로선 큰 도전인 것 같아요. 이번 영화를 하면서 내게 맞지 않는 역할은 다시는 하지 말아야 겠다는 생각까지 했어요." 그 만큼 힘들었다. 도중에 위기도 많았다. "내가 잘하고 있는 것인가"하는 자기 반성이 끊임없이 계속됐다. 아마도 전작인 '청연'의 흥행실패가 많은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장진영은 그녀가 모든 것을 쏟아부었던 '청연'의 참패에 마음의 깊은 상처를 입었다. 관객의 냉정함에 기가 꺾였다. "그런데 한가지 아쉬운 거는요. '청연' 개봉에 임박해서 안티 얘기가 나왔을 때 왜 내가 한 마디도 하지 못했나예요. 어찌됐든 제 목소리를 못 낸게 아쉬워요." 그러나 힘겨워서 이번 영화에 더욱 몰두했는지도 모른다. 지금까지 해왔던 연기와는 많이 달랐지만 바로 그 점 때문에 이 영화에 끌렸다. 룸살롱 아가씨와 결혼 상대자가 있는 남자 사이의 전쟁같은 사랑이야기, 입에 욕을 달고 사는 '연아'는 그의 부단한 노력의 결과다. 그럼 장진영은 김승우의 평가를 어떻게 받아들일까? "아이 뭐 연기자치고 저 정도 노력하지 않는 사람이 누가 있나요? 다 열심히 해요."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 2회 수상에 빛나는 충무로 최고의 여배우지만 개봉을 앞둔 그녀는 마치 대입 합격자 발표를 기다리는 수험생처럼 간절하다. <김인구 기자 clark@, 사진=정재근 기자 cjg@>

■타고난 고현정 '해변의 여인' 선천적 끼에 관록붙어
내면연기에 성숙 향기
이미지 변신 성공예감 영화는 삶이다. 삶의 깊이에 따라 연기의 빛은 달라진다. 고현정. 꼬리표처럼 따라 다니는 것이 재벌가 며느리와 이혼이다. 하지만 영화배우 고현정은 고현정일 뿐이었다. 영화 '해변의 여인'(감독 홍상수)으로 스크린에 데뷔한 고현정이 제2의 인생을 열었다. 상대 배우인 김승우가 고현정에 대해 말했다. 선천적으로, 기능적으로 뛰어난 배우라고. 기가막힌 비유다. 고현정은 이 영화에서 타고난 끼에다 그간의 삶이 묻어난 연기로 단번에 눈길을 사로잡았다. 술 취해 배시시 웃는 것도 모자라 문 앞에 널브러져 자는 그녀. "잠을 안자면 애인이 아니냐"는 애인의 질문에 "어"라고 대답하고, 남편이 바람난 여자와 술을 마시며 "이혼해라"고 충고하는 모습. "왜 지랄이야", "제 키가 너무 크죠? 잘라버리고 싶어요" 등의 거친 말을 태연스럽게 내뱉을 때는 과연 고현정이 맞는가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내면 연기 또한 깊이를 헤아릴 수 없었다. 과연 고현정의 연기 비결은 뭘까. 역시 굶주림이었다. 고현정은 "10년 만에 컴백했죠. 컴백을 앞두고 '생활처럼 하겠지'라고 생각했는데 하다 보니까 작품을 고를 때 생각을 많이 하더군요. 10년 동안 얻은 것도 있고, 잃은 것도 있을 텐데 이런 모든 것들이 묻어나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게 되고. 예전보다는 훨씬 더 복잡해졌어요"라며 "일을 안하고 있으면 약간 우울해집니다. 그래서 누가 같이 하자고 하면 냉큼 '네'하고 대답하는 것 같습니다"라며 웃었다. '해변의 여인'은 봄바다로 여행을 떠난 30대 네 남녀의 동상이몽 로맨스를 그린 작품이다. 고현정이 연기한 문숙은 애인과 함께 떠난 여행에서 영화감독 중래(김승우)를 만나 그와 하룻밤을 보낸다. 그런데 하룻밤을 보낸 이후 중래의 태도는 돌변하며 갖가지 해프닝이 벌어진다. 시사회 직후 고현정은 "좋은 감독님, 좋은 배우, 좋은 스태프들과 최선을 다해 작업했다. 근데 심지어 그 결과물이 이렇게 좋게 나와 행복하다"고 기뻐했다. 그리고 "작품할 때 느끼는 긴장감과 간간이 오는 휴식, 이런 시간이 앞으로 5~6년만 지속됐으면 좋겠다"며 입술을 깨물었다. (스포츠조선 김성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