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회 LG배 세계기왕전] 남는 게 없다

〈제10보〉(141~157)=조한승이 가장 존경하는 기사가 다름아닌 조치훈이란 사실은 흥미롭다. 그는 지난 2001년 신인왕에 올랐을 때 “나는 승부욕만 앞설 뿐 끈기가 부족하다. 휠 체어 대국을 비롯해 매 판마다 강인한 기질을 보여주는 조치훈 九단 같은 지구력을 갖추고 싶다”고 말했었다. 승부사들에겐 자신의 장점 보다는 남의 장점이 더 크게 느껴지는 모양이다.
141로 맛 좋게 잡자 142로 때려냈다. 좋은 타이밍. 여기서 흑이 ‘가’에 막는 것은 참고도 6까지 중앙이 돌파된다. 할 수 없이 143으로 막자 ‘가’의 맛은 맛대로 남겨둔 채 144. 이래선 결과적으로 143이 헛수처럼 돼 버렸다. 백의 교묘한 운석에 흑의 ‘남는 게 없는 장사’가 계속되고 있다.
145부터 다시 혼신의 공격을 계속해 본다. 어차피 다른 지역은 이미 구획이 다 그어진 상태다. 146 한 칸 뜀이 허술해 보이지만 호수. 152 시점에서 153을 생략할 수 없어 154로 살아갔다. 흑도 157로 젖혀 △ 한 점만은 기어이 잡을 태세. 여기서 백은 또 한 번 날렵한 행마로 검토진의 찬탄을 자아낸다. 어디다 두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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