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구, "'아이스케키'는 내 과거 이야기"

"영화 '아이스케키'는 저의 과거입니다." 그는 '아이스케키'의 대본을 읽은 후 한참을 울었다.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다. 그리고 "이 영화는 진정한 내 가슴속의 블록버스터"라며 어두웠던 과거를 회상했다. '달콤한 인생', '비열한 거리'를 통해 주목받은 영화배우 진구 얘기다. 그의 이름은 다소 낯설다. 하지만 드라마 '올인'에서 이병헌의 아역을 맡은 '그때 그 인물'이라고 하면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진구는 지난 24일 개봉한 '아이스케키'에서 주인공인 소년 영래(박지빈)의 든든한 조력자로 열연했다. 이 영화의 화두는 아버지다. 영래가 아이스케키를 팔아 서울에 사는 아버지를 찾으러 가는 과정을 그렸다. 반면 진구는 아버지를 철저하게 멸시하는 인물로 나온다. 아버지가 빨갱이라는 이유로 모든 차별과 멸시를 감당해야하기 때문이다. 실제로도 진구는 아버지 때문에 어릴적 많은 방황을 했다고 한다. 그의 아버지는 1세대 영화 촬영감독인 진영호씨. '비열한 거리'에서 조직을 꾸려나갈 꿈을 꾸고 있던 '형님' 조인성을 무자비하게 난자할 때 역시 '영화인의 끼'를 물려받았다는 찬사가 나온 것도 핏줄 덕분이다. 그러나 진구는 "이제 가정이 화목해져서 얘기할 수 있게 됐다"며 꼭꼭 숨겨놓았던 아버지 얘기를 털어놓았다. 또 "영래와 인백을 합친 인물이 바로 나였다"고 했다. 진구는 중학교 다닐 때 아버지와 어머니의 이별을 경험했다. 아버지는 많은 영화인이 그렇듯 가정에 소홀했다. 진구는 "그때는 아버지가 낯선 남자였다. 많이 원망했고, 어머니가 상처를 많이 받은 것이 너무나 싫었다. 그래서 가출까지 했었다"고 고백했다. 이렇다보니 '아이스케키'의 한 장면, 한 장면이 과거와도 같았다. 그는 "이젠 헤어진 아버지와 어머니가 재결합해 행복하게 살고 있다. 그때 경험했던 것들이 배우 생활을 하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며 웃었다. 이 때문일까. 진구는 연기 욕심이 대단하다. 여느 젊은 연기자처럼 TV 오락 프로그램을 통해 인지도를 높힐 수 있지만 그는 손사래를 친다. 오로지 배우는 연기로 승부를 내야한다는 것이 지론이다. 그래서 그는 틈만 나며 연기 공부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차기작인 '사랑따윈 필요없어'에서 남자 술집 접대부 역할을 맡은 진구는 실제 현직에서 일하고 있는 접대부도 만나 그 세계를 배우고 연구했다. 진구의 비상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그는 "모든 역할을 맡고 싶어요. 지금은 폭이 너무 좁거든요. 그리고 언제든지 각양각색의 색깔을 입힐 수 있는 투명한 색깔을 유지하고 싶답니다"라며 당찬 포부를 피력했다. (스포츠조선 김성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