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회 LG배 세계기왕전] 幼年의 추억

〈제12보〉(172~182)=네 살 때 바둑을 배워 1년 만에 강1급에 오른 조치훈. 여섯 살 때 도일한 직후 기타니(木谷) 도장 내에서 그는 대책 없는 개구쟁이였던 모양이다. “집단 생활에 익숙해지기도 전에 나는 몇 번인가 이불에 들씌워져 집단 구타를 당하곤 했다. 훗날 스무 살이 넘은 뒤까지 전등을 켜고 잔 것도 그때의 공포심 때문이었다….” 그는 자신의 유별난 반발심이 도장 선배들의 ‘이지메’를 유발했던 것 같다고 회고록에 쓰고 있다.
172 덕분에 174가 선수(先手)가 됐다. 175를 생략하면 백이 ‘가’로 넘는다. 선행 수순 없이 그냥 참고도 1이면 흑이 손을 빼도 3 때 4로 받아 건너는 수가 없다. 176으론 여러 수단이 있지만 형세가 좋으므로 179까지 쉽게 선수 처리한 것. 80여수째 1분 초읽기에 쫓겨온 흑으로선 안타까운 시간이 계속되고 있다.
182는 물경(?) 5분 여를 숙고한 수. 백으로선 94수째 이후 1분을 넘긴 첫 착점이기도 하다. 그러나 저러나 182는 너무 작지 않았을까. 선수 한 집 정도의 끝내기. 하다못해 ‘나’보다도 작아 보인다. 하지만 여기엔 조한승의 신중한 ‘심모원려’가 숨어 있었다. 도대체 무슨 수단이 있었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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