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회 LG배 세계기왕전] 백 6집 반 승

〈제13보〉(182~200)=이창호가 강한 것은 그의 수읽기가 깊기 때문만은 아니다. 승리에 대한 확신이 섰을 때 모험을 피해 안전하게 마무리하는 부드러움을 겸비했기 때문이다. 이 바둑의 마무리에선 조한승이 그런 신중함을 보여준다. 182로 183에 이어 “더 많이 이기겠다”고 나선다면 어떤 수가 있을까.
참고도를 보자. 흑은 1 이하 10까지 공작을 편 뒤 11로 끊어간다. 이렇게 된다면 물론 일이 터진 모습. 바둑도 난장판이 될 것이다. 참고도 수순 중 10으로 A에 차단하면 물론 수가 안 된다. 하지만 흑은 1에 앞서 먼저 9에 붙여 응수 타진으로 나올 텐데, 그 때 10의 곳에 두어 굴복하는 건 자존심도 상하고 손실도 만만치 않다. 이 대목에서 조한승은 승부사로서 또 다른 장점을 보여주었다.
190은 후수 7집짜리. 193보다는 194가 약간 더 컸다. 더 이상 역전될 곳은 없다. 바둑은 249수까지 이어졌고 공배까지 메운 결과 반면(盤面) 무승부, 백이 덤을 받아 6집 반을 남겼다. 200수 이후는 별도의 해설이 필요 없으므로 총보로 넘기도록 한다. (1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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