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원-이나영 주연 '우행시' 내달 14일 개봉

가을이다. 찜통더위가 가고 시원한 바람이 살결을 스치는 가을. 어딘가 허전함에 사랑을 그리워하게 되는 계절. 찜통더위에 공포물이 제격이듯 가을의 영화팬들은 멜로를 찾는다. 여름의 전설 '괴물'에 이어 올 가을 최고의 흥행블록버스터로 지목되고 있는 슬프면서도 아름다운 사랑의 멜로영화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제작 LJ필름, 투자배급 프라임엔터테인먼트). '우행시'라는 애칭을 얻으며 영화팬들의 비상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이 영화를 다음달 14일 개봉에 앞서 집중분석해 본다. (스포츠조선 편집자 주) 　 영화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우행시'는 살아 있다는 것이 견딜 수 없었던 사형수와 자살중독자 라는 두 남녀의 만남과 그들에게 일어난 기적 같은 변화를 그리는 감동 휴먼멜로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의 사랑은 여느 멜로영화에서의 그것과는 다르다. 사랑 같은 건 절대 시작되지 않을 듯한, '죽음으로 가는 길목'에 선 두 남녀. 그들에게 있어 세상 사람들이 주고받는 '사랑'이란 단어는 어색한 호사일 뿐이다. 그들이 느끼는 감정은 어쩌면 작은 것일지도 모른다. 진정한 이해, 날 이해해주는 이에 대한 친밀감, 그 사람으로부터 얻는 위로, 그 사람이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 느껴지는 행복감 등의 작은 감정들. 그 감정들은 절망의 끝에 위태롭게 서 있던 서로를 구원해내는 힘을 발휘하게 된다. '우행시'는 인간애에 가까운 사랑을 그려냄으로써 타인에게 나의 사랑을 건넨다는 것, 사랑하며 살아간다는 것의 놀라운 가치와 깊은 의미를 새롭게 전한다. 기약할 수 없는 내일이라 일분일초가 너무도 소중한 그들의 만남. LJ필름의 이승재 대표는 "기약할 수 없는 내일이라 일분일초가 너무도 소중한 그들의 만남은 세상 끝, 삶의 끝에서야 비로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만난 행복이며 사랑이기에 한없이 찬란하다"며 "관객들은 그들의 생애 가장 아름답고 찬란한 '행복한 시간'을 함께 하면서 자신의 행복을 재발견하는 값진 경험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호영 기자 allstar@> 마지막 겨울 한 여자가 나타났다 #1.그 남자, 그녀를 만나다. 내 생애 마지막이라 생각한 겨울의 어느 날, 한 여자가 찾아왔다. 천사의 얼굴로 애국가를 부르며, 죽어가는 동생에게 온기를 주었던 가수, 문유정이다! 그녀는 다른 사람처럼 날 동정의 눈빛으로 보지도 않고, 도리어 신경질 내며 따져 묻는다. 그런데 이 여자, 어쩐지 나를 보는 것 같다.

한 사형수에 마음이 울컥한다 #2.그 여자, 그를 만나다. 세 번째 자살도 실패한 그해 겨울, 고모의 손에 이끌려 교도소에 갔다. 내키진 않았지만, 정신병원에서 요양하는 것보다 덜 지루할테니까. 내가 불렀던 애국가를 듣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다니... 그건 재미있을 것 같다. 목요일 10시, 교도소 만남의 방. 창백한 얼굴의 사형수. 거칠고 불쾌하기 짝이 없다. 그런데 이상하다. 어쩐지 마음이 울컥, 한다. 아, 이 남자. 그들은 서로가 닮았음을 안다

#3. 진짜 이야기 살고 싶은 의지도, 희망도 없는 두 남녀가 교도소 '만남의 방'에 마주 앉는다. 세상으로부터 격리된 교도소 안의 사형수 윤수와 세상이라는 철장 속에 갇혀 사는 자살 중독자 유정. 첫 만남. 가난하고 불우했던 남자와 부유하고 화려한 여자, 너무도 다른 두 사람은 삐딱하고 매몰찬 말들을 내던지며 서로를 밀어낸다. 그러나 그들은 이내 사실 서로가 닮았음을 알아챈다. 자살시도가 남긴 유정의 손목 흉터, 수갑이 만든 윤수의 손목 상처. 조금씩 경계를 풀고 서로를 들여다보기 시작하는 두 사람. 조그만 창틈으로 새어 들어오는 햇살의 온기만큼 따스해져가는 마음. 그들은 비로소, 아무에게도 하지 못했던 '진짜 이야기'를 꺼내놓는다. 허락된 시간은 얼마남지 않았다 #4. 그리고... 행복한 시간 이제, 남자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여자는 더 이상 스스로 죽을 결심 따위는 할 수 없게 된다. 매일 목요일이었으면 좋겠다고, 말도 안 되는 바람이 마음에 가득 차오를 무렵, 그들에게 허락된 시간 또한 얼마 남지 않았음 알게 된다.

강동원+이나영? 주위서 '의외의 캐스팅' 평가
송해성감독 "묘한 슬픔 있다" 강동원과 이나영, 그건 의외의 캐스팅이었다. 사람을 세 명이나 죽인 무시무시한 사형수와 염세주의에 빠진 한 여자와의 만남을 그린 멜로영화 '우행시'. 충무로 꽃미남 강동원이 사형수 '윤수'를 연기하고, '아는 여자'이후 2년이나 숨을 고르던 이나영이 강단있는 대학강사 '유정'을 맡았다는 소식에 관객들은 고개를 갸우뚱했다. 두 사람 모두 전작의 이미지에서 동떨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선입견은 선입견일 뿐, 두 배우의 빛나는 연기는 과거의 이미지를 걷어냈다. 강동원은 슬픈 가족사를 두 눈으로 뿜어내는 사형수로, 이나영은 복합적인 성격을 하나로 고스란히 모아내는 여자로 탄생했다. 그들이 바로 윤수이고 유정이었다. 송해성 감독은 "두 배우를 자세히 보면 묘한 슬픔이 있다. 윤수와 유정이 비슷한 상처를 갖고 있듯 두 사람도 서로 닮았다"며 "상투적이지 않은 캐릭터로 두 배우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원작을 미리 읽었던 강동원은 출연제의를 받았을 때 "주저없이 OK"를 했다. 자신이 꼭 하고 싶다는 느낌을 받았다. 캐릭터에 힘을 주기 위해 원작과는 달리 사투리를 쓰도록 설정을 바꿔가면서 영화에 매달렸다. 그런데 문제는 오히려 엉뚱한 곳에서 튀어 나왔다. 어느 날 무심코 강동원의 클로즈업을 찍던 송 감독은 그만 주저앉고 말았다. "저 얼굴이 정녕 사형수의 얼굴인가"하는 회의가 갑자기 몰려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모니카 고모 역을 맡은 중견배우 윤여정의 조언이 큰 힘이 됐다. "저렇게 잘생긴 사람이 죽어야 슬픈게 아니냐"고. 이나영도 원작단계부터 이 영화에 반했다. 역시 "꼭 해야할 것 같다"는 느낌이었다. 그녀는 "짜증이 나도록 가슴이 저미는 부분이 있었다. 싫지만 느껴야 할 것 같았다"며 출연을 결정했다. "그냥 죽게 내버려 둬", "당신 만나러 오는 기분, 드러웠어"라고 악에 받쳐 소리 지르는 모습에서 그녀의 조용한 성장을 읽을 수 있다. '우행시'로 우리에게 찾아온 두 사람. 이제 그들의 변신은 더이상 의외로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이다. (스포츠조선 김인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