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회 LG배 세계기왕전] 포석 構想

〈제1보〉(1~19)=‘돌부처’란 별명이 딱 어울리던 이창호. 그가 조금씩 달라져간다. 동료들은 난전을 마다 않는 그를 놀란 눈으로 바라본다. 말솜씨도 몰라보게 매끄러워졌다. 적당히 술 한 잔을 즐기는 멋과 여유가 20대 시절과는 딴 판이다. 이 대국 전야(前夜)에 그는 대국장 호텔에서 묵었다. 반드시 자택에서 지하철로 달려오던 유일한 기사. 모든 변화가 반갑다. 혈관에 따듯한 피가 도는 ‘돌부처’라니, 상상만으로도 흥겹지 않은가.
빈 귀를 남겨둔 채 6으로 걸쳐간 것은 흑 ‘가’의 ‘미니 중국식’으로 오는 게 싫었다는 뜻. 7로는 참고도의 변신도 있다. 수순 중 백 4로는 물론 5의 역협공도 가능하다. 11까지는 초반 이창호의 포석 구상. 11로 16은 백 ‘나’의 협공이 절호점이어서 논외다. 또 11로 ‘다’면 백은 귀를 받아주지 않고 ‘나’로 역습을 펼칠 게 틀림없다.
18까지는 이렇게 될 곳. 흑도 비로소 19로 빈 귀를 차지해 차분한 초반 포진으로 복귀했다. 자, 다음 백은 어디로 가야 할까. ‘라’의 갈라침은 흑 돌들이 좌변으로 흘러 우중앙 백세가 망가질 공산이 커진다. 고노린이 턱을 괸 채 초반 장고 모드에 돌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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