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침몰' 할리우드 문법에 100% 충실하고…

도쿄 소방청 구조대원 아베 레이코(시바사키 고우)가 가까스로 소녀를 구한다. 진도 10의 대지진으로 아수라장이 된 일본의 스루가만. 잠수정 파일럿 오노데라(초난강)도 그녀 덕분에 살아난다. 그런데 문제의 이 지진, 일회성으로 그칠 일이 아니란다. 일본 열도의 태평양 플레이트는 이미 뒤틀리기 시작했고, 심해(深海) 연구학자 다도코로(도요카와 에쓰시)는 최악의 시뮬레이션 결과에 경악한다. 정확히 338일 뒤에 열도는 침몰한다는 것. 전국이 아비규환에 빠지고, 오노데라는 일본의 운명을 짊어진 채 초강력 N2 폭약을 들고 심해로 들어간다. ‘일본’과 ‘침몰’이라는 자극적 조합에 현혹되어, 정치 영화 같은 것으로 오해하지 말 것. ‘일본 침몰’(8월 31일 개봉)은 전형적인 할리우드 스타일의 재난영화다. 일본 영화 사상 최고의 제작비(200억원)를 들인 이 블록버스터는 재앙을 이겨내는 개인의 영웅적 활약과 그 와중에도 피어나는 애틋한 로맨스를 적당한 온도의 휴머니즘으로 담아낸다. 땅이 솟구치고 아스팔트가 갈라지며 화산이 폭발하는 특수효과 장면들도 인상적이다. 그 이상을 기대한다면 금물. ‘투모로우’ ‘아마게돈’ 등 우리에게도 익숙했던 재난영화의 문법을 한 치도 어긋남 없이 반복하며, 예상 가능한 종착역으로 모범생처럼 질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