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회 LG배 세계기왕전] 初盤의 의문수

〈제3보〉(32~48)=‘반상(盤上) 수학의 달인’으로 불려온 이창호가 어느 날 “계가가 잘 안 된다”며 탄식했다. 어린 후배들의 계산 능력이 어찌나 정밀한지 못 당하겠다는 얘기였다. 하지만 이 과묵한 청년의 푸념은 엄살이다. 그는 소년들이 아직도 덜 영글었음을 5관왕이란 실적으로 증언하고 있다. 올해 만 31세의 이창호는 목하 젊음의 ‘스피드’를 지나 장년의 ‘노련함’으로 차분히 이동해 가는 중이다.
32는 기분상으론 33의 모자 씌우기가 일감(一感)이지만 기분으로만 끝날 공산이 높다. 참고 1도 4까지 틀을 잡으면 결코 잡히지 않을 형태. 결국 32에 붙여 밖으로 내쫓는 전략을 택했다. 그러면 37까지는 필연. 35는 백의 젖힘을 방지하며 참고 2도 13까지를 선수로 처리하기 위한 필수 장치다.
흑도 41로 붙여 47까지 자체 안형(眼形)을 도모하기 시작했다. 도중 43부터 46까지는 언제나 흑의 권리. 48은 좌상 흑을 압박해 좌변 흑을 얽겠다는 그럴 듯한 발상인데, 하지만 이 점이 초반의 의문수로 균형이 깨지는 원인이 됐다. 무슨 뜻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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