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회 LG배 세계기왕전] 흑, 편한 흐름

〈제4보〉(48~64)=고노린의 실력은 어느 정도일까. 이 판에 앞선 1회전서 그는 박승현 五단을 반 집 차로 꺾고 올라왔다. 한국 프로들을 상대로 한 통산 전적은 7승 4패. 하지만 전적의 대부분이 국제대회 통합 예선서 작성한 것으로, 유창혁 최철한 등 한국 에이스급 기사에겐 거의 패했다.
48이 실착이었다는 것은 52까지 머뭇거리다 귀중한 선수(先手)를 빼앗겼기 때문. 백은 참고 1도처럼 하변에서 진지를 구축하는 게 시급했다. 흑이 거꾸로 53에 선착해선 주도권이 백의 손아귀를 떠난 느낌. 뒤늦은 54에 이창호는 13분의 장고 끝에 55로 참는다. 형세 판단과 함께 돌의 방향을 분석한 시간이다.
57까지 하변의 골이 깊어지려 하자 비로소 58로 뛰어든다. 58로 참고 2도 1로 단순히 갈라치는 정도론 도저히 채산을 맞출 수 없다. 61까지 일단락. 64는 뒷문 열린 집을 지키는 수 같아 내키지 않지만 지금은 절대점. 손을 빼면 흑은 ‘가’로 역습을 가해 올 것이다. 흑의 편한 흐름 속에 바둑은 본격적인 중반전에 접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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