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 그 참을수 없는 가벼움' 결혼과 연애, 그 가슴 뜨끔한 진실

한번 '노골적으로' 보자. 이 세상 모든 남자들의 환상, '양다리'. 들키지만 않는다면 '한 번쯤' 하고 꿈꾸는 것. 양심만 덮어둔다면 모르는 척하고 계속하고 싶은 것. 상대가 설령 룸살롱에서 일하는 아가씨일 망정 "나 아저씨 꼬시러 왔어"라고 들이댄다면야 가슴 한 구석 요동치지 않을 남자 누가 있을까? 더구나 장진영처럼 청순함과 섹시함을 겸비한 여자라면…. 결혼할 상대가 있는 남자 '영운'(김승우)도 '속세'의 유혹에 쉽게 넘어간다. 이것저것 따질 것 없이 룸살롱에서 만난 '연아'(장진영)와 대책없는 연애에 빠진다.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르는 사이, 4년의 세월이 흐른다. 두 사람의 만남에 조건이나 미래 같은 것은 없다. 남의 시선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그저 서로를 열정적으로 탐할 뿐. 그거면 된다. 그러나 거듭된 '관계'는 고민과 갈등을 낳는다. 남의 눈길이 거슬리기 시작한다. 감정이 생기고 희로애락이 교차한다. 격하고 혼란한 감정이 거침없는 욕설로 배설된다. "XX놈아, 대가리를 뽀개서 뇌를 펼쳐 버려", "미친X, 지랄하네". 물고 뜯고 싸운다. "넌 도대체 나한테 뭐니"라고 서로 묻지만 해답이 없다. 그러면 좀더 진지해져 보면 어떨까? '개뿔같은' 사랑에도 정이 있다. 미운정 고운정. 아무리 그렇고 그렇게 만났다지만 4년간 쌓아올린 '연분지정'은 어쩌나?. 허전하면 떠오르고, 아프면 생각나는 징글징글한 감정은 어떻게 포기하나? 영운이 두드려 맞는다는 얘길 듣고 맨발로 뛰어드는 연아, 다신 안볼 듯이 헤어지고도 몸져 누워있는 그녀를 위해 죽을 만들어가는 영운. 애초에 선이 그어져버린 만남이지만 그들의 연애는 결코 가볍지 않다. 손가락질 하기엔 아픔이 너무 크다. 영운의 결혼 소식을 듣고 "첩도 좋고 세컨드도 좋으니까 버리지만 말아라"고 울부짖는 연아가 애처롭다. 영화를 보는 내내 여러가지 숙제가 꼬리를 문다. 과연 결혼과 연애는 따로 일까? 결혼할 상대자와 연애할 파트너는 별개일까? 남녀의 사랑은 어디까지나 진실일까? 1998년 '보고싶은 얼굴'이라는 제목으로 영화진흥위원회 시나리오 공모에서 수상한 작품이다. 그 때부터 충무로에서 화제를 낳았다. 김승우와 장진영의 열연이 돋보인다. 특히 장진영은 몸에 맞지 않는 역할을 '연기'하느라 진땀을 뺐다. 하지만 장진영이어서 연아는 더욱 연민을 자아냈다. 조건 만남, 인스턴트 사랑이 판치는 요즈음, 너무 늦게 영화화된 게 아닌가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노출보다는 설정과 욕설 때문에 18세 관람가. 개봉은 7일이다. (스포츠조선 김인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