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 그 참을 수 없는 가벼움' 뒷골목 삶, 적나라한 언어로…

변두리 룸살롱 아가씨 연아(장진영)는 단도직입이다. “나, 아저씨 꼬시러 왔어.” 어머니가 하는 갈빗집에서 고기나 나르고 있던 철없는 백수 영운(김승우)이 그 제안을 거부할 이유가 없다. 버젓한 직장을 가진 적당히 착한 약혼녀가 이미 있었지만, 영운은 연아와의 새 연애를 시작한다.
‘연애, 그 참을 수 없는 가벼움’(7일 개봉)에서 김해곤 감독은 상업영화의 문법으로 순수문학을 하고 싶었던 것 같다. ‘파이란’의 시나리오 작가이자 개성 있는 단역연기로도 이름난 그는, 기존의 충무로에서는 볼 수 없는 희귀한 멜로를 자신의 감독 데뷔작으로 만들어냈다.
장진영과 김승우라는 이름, 그리고 무게감 희박한 제목에서 로맨틱 코미디를 떠올렸다면 당신은 이 영화를 120% 오해한 것이다. 달콤한 연애나 휘발성 코미디는 여기서 발견하기 힘들다. 이야기의 앞뒤 토막이 뭉툭 잘려나가 몸통만 있는 것 같다거나, 비운의 커플과 비루한 친구들의 연결이 일부 매끄럽지 못하다는 아쉬움은 있지만, 뒷골목 ‘루저 인생’들의 삶을 이처럼 펄떡펄떡 살아 숨쉬는 언어(물론 대부분 육두문자다)로 표현한 영화를 또 찾기는 힘들 것 같다. 하나 더. 이 영화의 결말이 대중적 지지를 얻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추락하는 나가요’의 적나라한 알몸을 입과 몸으로 표현해 낸 장진영의 연기는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