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석] '우행시'에 있는 것과 없는 것

영화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은 참 독특하다. 멜로영화이면서도 애정신이라 할 만한게 별로 없다. 강동원과 이나영이라는 두 배우는 테이블과 유리창을 마주하고 있을 뿐이다. 기껏해야 두손을 잡지만 "손이 차갑죠"라는 강동원의 말에 이나영은 "마음은 따뜻하다는 말을 하고 싶은 거죠"라며 손을 놓는다. 이나영이 열다섯에 사촌오빠에게서 성폭행을 당했다지만 실질적인 묘사는 없을 만큼 야한 것과는 거리가 멀다. 과장은 눈에 띄지 않고 오히려 캐릭터마다 절제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영화평론가 심영섭의 말처럼 이나영은 연기하지 않는 듯 절제된 연기로 그녀의 색깔을 보여준다. 송해성 감독은 최후의 위기에 처한 강동원에게도 이나영을 직접 만날 기회를 주지 않을 만큼 자제했다. 더욱이 교도소가 주무대인데도 불구하고 욕설도 없어 뒷맛이 깨끗하다. 있다면 강동원이 내뱉은 'X발'이라는 말 정도. 하지만 경상도 출신인 강동원의 사투리 리듬을 타면서 오히려 정겹게까지 들린다. 이런 세가지가 없는 '우행시'이지만 또 다른 세가지가 있다는 점에서 특이하다. 강동원과 이나영의 사랑은 남녀간의 사랑을 넘어 인간애까지 아우른다. 또 관객들은 이어지는 안타까움에 쏟아지는 눈물과 또 다른 전쟁을 치러야 할 지 모른다. 특히 강동원의 눈물에 여성관객들이 끝까지 버텨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영화가 끝난 뒤 극장을 나서면서 벌개진 눈을 남에게 보이기 싫다면 선글라스를 준비해야 하지 않을까. '우행시'는 여기에 사형제도에 대한 논란을 불러일으키면서 나름대로의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한다. 상업성이 있는 영화이기는 하지만 공공의 관심에도 귀를 기울인 것이다. 오는 14일 관객을 찾아가는 '우행시', 이 영화를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들의 행복한 가을이다. 　 (스포츠조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