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회 LG배 세계기왕전] 讀書狂 이창호

〈제7보〉(96~107)=이창호의 독서열은 유명하다. 하지만 시류에 휩쓸리지 않고 자신이 관심 가는 책을 뽑아 드는 타입. “이창호의 독서 방식은 ‘읽는다’기 보다는 초식동물처럼 ‘되새김질한다’는 표현이 더 적합해 보인다. 한 권 한 권 씹어 삼키듯 꼼꼼하게 읽는다.”(손종수·‘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 중에서). 그러고 보면 그의 이런 독서 습관은 한 판 바둑의 운영이나 삶의 궤적과도 상당히 닮은 모습이다.
96의 저항 때 97 이음이 타이밍. 97로 참고 1도 1을 먼저 두면 3 때 4로 늦춰 아무 맛도 없어진다. 또 98로 101은 참고 2도 2로 끊겨 당장 수가 난다. 결국 101까지는 예정된 코스이자 절대 수순이었다. 102 끊음은 교타(巧打). 흑이 ‘가’의 축으로 잡으면 백 107, 흑 ‘나’의 교환 후 선수를 뽑아 대망의 ‘다’를 차지하려는 심산이다.
그건 안될 말. 103으로 반발하자 이번엔 104로 한 칸을 뛰었다. 105로 한 방을 선수한 뒤 107. 여기서가 또 간단치 않다. 두 곡예사가 좁은 오솔길에서 외발 자전거를 탄 채 마주친 형국. 자, 이 곳의 기묘한 수상전의 결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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