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가을을 남자의 계절이라고 한다. 왜 남자의 계절이어야 하는지는 의문이지만 올 가을 극장가를 보면 그 말이 맞는 듯 하다.
'남성 파워'가 스크린을 점령했다. 추석을 앞두고 잇달아 대작들이 개봉 바람을 타는 가운데 유독 남자 배우들의 열연이 눈에 띄고 있다.
눈물이 있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14일 개봉)의 강동원, 눈물의 트레이드 마크가 됐다. 그는 이 영화에서 사형수 윤수 역을 맡았다. 가난, 부모로부터의 외면, 거리에서 죽은 어린 동생 등 20년 남짓한 불우하고 가혹한 과거가 그를 사형수로 만든다. 한데 인생을 포기할 찰라에 유정(이나영)을 만나면서 생애 첫 행복을 느낀다. 그러나 시간은 그의 행복을 허락하지 않는다. 강동원은 "윤수만 생각하면 눈물이 난다"고 말한다. 오히려 연기하다가 눈물을 참는 것이 더 어려웠다고 할 만큼 배역에 몰입했다.
박중훈과 안성기가 재결합한 '라디오 스타'(28일 개봉)는 그리움의 웃음과 눈물을 이야기했다. 한 때 가수왕까지 차지했던 박중훈(최곤). 그러나 대마초, 폭력 사건 등으로 서서히 음지로 내려앉는다. 그에게 남은 것은 20년간을 동고동락한 매니저 안성기(박민수) 뿐이다. 하지만 박중훈의 다혈질 성격에 안성기마저 한계에 부딪힌다. 여기에다 박중훈이 또 다시 폭행사건에 휘말리면서 합의금 마련을 위해 영월의 라디오 DJ를 맡는다. 그리고 작은 지방 도시의 라디오 방송을 통해 두 인물의 진심이 소통하면서 눈물샘이 자극된다.
남성 연기자들의 전유물인 스릴도 빼놓을 수 없다.
허영만 화백의 인기 만화를 영화화 한 '타짜'(28일 개봉)의 조승우에게 눈길이 간다. 타고나 승부사 고니 역을 맡았다. 우연히 화투판에 끼게 된 조승우. 인생을 예술로 승화시키기 위해 화투판을 떠나지 못한다. 하지만 죽음의 문턱까지 가서야 비로소 인간의 허황된 욕망을 깨닫는다. 특히 이 영화에서 조승우의 파격적인 연기 변신이 놀랍다고 한다.
'두뇌유희 프로젝트 퍼즐'(14일 개봉)에서는 문성근 주진모 홍석천 김현성 박준석이 뭉쳤다. 이른바 '퍼즐 오형제'다. 이들은 엄청난 돈이 걸린 범죄를 놓고 치열한 두뇌싸움을 벌인다.
한편, '가문의 부활'의 신현준 탁재훈과 '무도리'(이상 28일 개봉)의 '할배 삼총사' 박인환 최주봉 서희승 등은 배꼽잡는 폭소로 스크린의 남성 시대를 화룡점정할 계획이다.
(스포츠조선 김성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