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회 LG배 세계기왕전] 전략의 本質

〈제9보〉(124~134)=“전쟁의 요체는 적에게 나의 의지를 강요하는 데 있다.” 19세기 프로이센의 전략가 클라우제비츠의 말이다. 노나카(野中郁次郞)는 그의 저서 ‘전략의 본질’에서 이 말을 인용하며 전쟁의 심리를 ‘의지의 상호성’에서 풀어나가고 있다.
124가 이 이론에 딱 들어맞는 수. 흑이 응수하지 않으면 봉쇄를 뚫겠다는 위협이자 ‘의지의 강요’에 해당한다. 백 일단이 바깥으로 연결되면 훗날 좌상귀 흑 4점을 놓고 따지 않아도 된다. 백의 시퍼런 서슬에 눌렸을까. 125가 걸려든 수였다. 지면 관계로 참고도는 나중에 총보(總譜)와 함께 올리겠지만, 125로 받지 않아도 이 백의 외곽 탈출은 불가능했다.
125로 참고 1도처럼 정비했더라면 흑은 여유 있게 승리했을 것이다. 대망의 선수(先手)를 잡은 백이 126을 차지하면서 바둑은 순식간에 아리송해졌다. 뒤이은 129가 이 바둑을 진다면 패착. 참고 2도처럼 물러나 받아야 했고 그랬다면 미세한 형세였다. 130, 132로 나와 끊어선 사태가 심각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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