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미남' 강동원, '우행시'서 옷을 벗다(?)

95년 '모래시계'에서 사형수 최민수는 이런 말을 남기고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나, 떨고 있니." 11년이라는 세월이 흐른 2006년, '꽃미남' 강동원이 그때의 감동을 이어받았다. 그리고 그는 "내 얼굴 까먹으면 안됩니다. 사랑합니다!"라고 외치며 최후를 맞는다. 보면 볼수록 상쾌함이 몰려오는 영화배우를 만났다. 강동원이다. 14일 개봉하는 영화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제작 프라임엔터테인먼트ㆍ이하 우행시)에서 사형수인 윤수 역을 맡은 그는 연기 인생에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내면 연기가 화려하게 꽃망울을 터트렸기 때문이다. ★꽃미남의 옷을 벗다 "이번 작품을 통해 강동원이 가지고 있었던 기존의 꽃미남 이미지를 벗기려고 노력했다." 메가폰을 잡은 송해성 감독의 말이다. 그렇다. 강동원에게 늘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수식어가 꽃미남이다. 한데 꽃미남의 사형수 연기는 왠지 모르게 낯선 것이 사실이다. 일각에서는 도박이라고도 했다. 그러나 이는 우려에 불과했다. '우행시'에서 강동원은 연기에 새로운 눈을 떴다. 특히 처절한 감정 연기는 허점을 찾을 수 없을 만큼 완벽에 가까웠다. "꽃미남이라는 평가 말인데요. 싫지는 않아요. 하지만 배우는 캐릭터에 맞게 늘 새롭게 옷을 갈아입어야 하지 않을까요."

★감독과의 소통 영화가 흥행을 하기 위해서는 맨먼저 촬영장 분위기가 좋아야 한다. 그런 점에서 '우행시'는 전망이 밝다. 강동원은 크랭크 인하면 금주하는 버릇이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버렸다. 촬영기간 동안 틈만 나면 송 감독과 함께 '소맥(소주+맥주)'잔을 기울였다. 송 감독이 끝장을 보는 스타일이라 술자리는 새벽까지 이어졌다. 하지만 이는 헛된 시간이 아니었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배역 연구가 이뤄졌다. 이 때문일까. 강동원에게 '영화를 통해 얻은 가장 큰 소득'을 묻자 주저없이 "작품을 너무 재밌게 찍은 것"이라며 웃었다. ★사형수와의 만남 지난해 12월 촬영에 들어가기에 앞서 강동원은 서울구치소에서 진짜 사형수를 만났다. 현재 사형수는 63명이며, 97년 12월30일 이후엔 사형 집행이 없었다. 만남은 목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1시 사이에 이뤄졌다. 바로 강동원과 이나영의 행복한 시간이다. 한데 강동원은 사형수 대면 후 엄청난 충격에 휩싸였다고 한다. "사형수라고 믿기지 않았어요. 너무 편안한 모습인데다 아무런 욕심도 없어 보였습니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우행시'의 촬영은 주로 경북 청송교도소에서 이뤄졌다. 주위 환경이 처절했다. 연기 외에는 눈을 돌릴 수 없었고, 깊이를 알 수 없을 정도로 배역에 몰입하고 또 몰입했다. 어느 정도냐면 크랭크 업 후 매일 밤 악몽에 시달렸다. 진짜 사형수가 돼 생사를 넘나들었다. 그래서 두 번 다시 사형수 연기는 하지 않겠다고 한다. 그런 이면에 강동원은 이번 영화를 통해 진정한 행복을 깨달았다. 연기자의 길로 들어서면서 많이 힘들어 했던 것이 모두 사치란 것을 알았다. 그리고 최정상을 향해 또 다시 발걸음을 떼기 시작했다. "'우행시'가 조만간 교도소에서도 상영을 한다고 하네요. 일반 관객들이 이 영화를 본 후 삶이 얼마나 소중한 지를 다시 한번 되새긴다며 저로선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습니다." (스포츠조선 김성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