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ay after] 김래원, "변신같은 거 몰라"

지난 8일 부산 수영만 요트경기장 내 '해바라기' 촬영 세트장. "슛 갑니다", "조용히 하세요", "컷" 같은 소리가 자동차의 흐름을 제어하는 교통신호처럼 오가며 마지막 액션신이 펼쳐지고 있었다. 스포츠형으로 짧게 깎은 김래원의 헤어스타일과 화려한 액션이 인상적. 촬영이 거듭됨에 따라 그의 얼굴에는 굵은 땀방울이 맺히기 시작했다. '어린신부'(2004년), '미스터 소크라테스'(2005년)에 이어 또 한번의 변신을 꿈꾸는 젊은 배우 김래원을 현장에서 만났다. -또 한번의 연기 변신인가. ▶글쎄요. 변신은 모르겠구요. 극중 '오태식' 역에 충실하려고 했어요. 변화는 아마도 감독님이 시켜주실 것 같구요. 전 제 역할을 연기하면 되죠. 다만, 강한 것을 더욱 강하게, 거기에 소년같은 모습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액션 연기가 너무 세다. 다친 데는 없나. ▶그동안 틈틈이 운동을 했는데…. 허리에 타박상을 입어 3일간 못 일어난 적이 있어요. 오늘도 연습을 하다가 심하게 무릎을 부딪혔는데 내일 돼봐야 알 것 같아요. 지금 부어오르고 있거든요. -몸의 문신이 장난이 아니다. ▶상반신 앞뒤로 다 했어요. 한번 할 때 16시간씩 걸리고 그래요. 아주 꼼짝도 못하죠. 이걸 영화 찍으면서 한 20번은 한 것 같아요.

-이번 영화는 어떤 의미가 있나. ▶늘 그렇지만 각별하죠. 시나리오 볼 때부터 그랬어요. 영화가 거의 마무리된 지금도 그렇구요. 작품을 하면서 처음으로 '가족'을 만든 것도 기뻐요. 김해숙 선생님과 허이재와는 영화 끝나고도 어머니와 여동생처럼 지내기로 했어요. -정말 각별했나보네. ▶예, 가족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됐다고나 할까요. 개인적으로 가족과 떨어져 지낸지도 13년이나 됐는데요. 이번 일을 하면서 가족의 소중함을 느끼고 (부모님께) 전화도 자주 드리고 그랬어요. -허이재를 여동생으로 두고 있는 점에서 공교롭게도 조인성의 '비열한 거리'와 비교된다. 어떤가. ▶처음에 (허)이재에게 누가 좋냐고 물어보니까 조인성이 좋다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아주 미웠어요. 이후로 한동안 얘기도 안 했어요(하하). 안타깝게도 '비열한 거리'는 못 봤구요. 전 그냥 느낀대로 태식이에 충실했어요. -영화 프롤로그의 '희망수첩'이 눈에 띄는데. ▶주인공 오태식의 캐릭터를 말해주는 겁니다. 제가 오태식이라고 생각하면서 하고 싶은 일들을 적어 봤어요. -한마디로 영화를 표현한다면. ▶따뜻하고 예쁘고 슬픈 영화예요. -에피소드가 있다면. ▶영화를 찍으면서 너무 행복했습니다. 영화는 물론 영화 외적으로도 좋았어요. 낚시를 좋아하는데 실컷 할 수가 있었거든요. 한번은 매니저와 둘이 배를 타고 나가서 갈치를 한가득 잡아온 적도 있어요. 한 100마리쯤 되는걸 영화팀 식당에 갔다줬어요. 나중에 갈치구이 좀 드시고 가세요. (스포츠조선 부산=김인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