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고독하다면…

애절한 피아노 선율이 흐르면서 선혈이 낭자한 살인 사건 현장이 첫 화면에 잡힌다. 세 명의 여자가 피를 쏟고 있고, 그곳에 윤수(강동원)가 있다. 장면이 바뀐다. 한 여자가 한강 둔치에서 조깅을 한 후 갑자기 자신의 차에서 약을 한 움큼 집어삼킨다. 세 번째 자살을 시도한 유정(이나영)이다. 영화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은 이들이 풀어나가는 삶에 대한 이야기다. 인간은 누구나 한계에 부딪힌다. 이 순간 가장 쉽게 튀어나오는 말이 '죽고싶다'다. 밑바닥 인생에서 잠시 행복을 느꼈던 순간, 운명의 사건에 휘말려 사형수가 된 윤수는 "아침이 제일 무섭다. 제발 빨리 좀 죽여달라"고 아우성이다. 반면 재산, 미모, 사회적인 지위 등 모든 것을 다 가진 유정은 어릴적 강간 사건이 그녀를 세상과 단절시킨다. "아침 해가 눈부셔 죽고 싶었다"고 할 정도로 틈만나면 자살을 시도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목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1시 사이에 그들의 만남이 시작되면서 죽음의 그림자는 삶의 소중함으로 뒤바뀐다. 이른바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이다. 뭐니뭐니해도 작가 공지영의 베스트셀러를 영화화 한 송해성 감독의 연출력이 돋보인다. 전작인 '파이란'과 '역도산' 등에서 그는 각각 삼류 건달과 프로레슬러의 고독한 삶을 놓고 갖가지 화두를 던졌다. 이번에는 인간의 근원적인 문제를 되짚으며 삶의 소통을 풀어냈다. 사형수와 자살 미수자. 극단적인 소재를 갖고 인간이 사랑하고 용서하면 얼마나 행복해지는 가를 기가막히게 그려냈다. 각박한 세상. 건조하게 사느라 눈물 흘려본 기억이 까마득한 이라면, '우행시'와 만나보자. 강동원과 이나영의 혼이 담긴 연기가 잊고 있던 자아를 되돌아보게 한다. 슬슬 차가운 기운이 옆구리를 선득하게 만드는 계절이다. 고독하다면, 행복이 뭔지 알고 싶다면 '우행시'가 있다. 15세 이상 관람가인 '우행시'는 14일부터 관객들과 만난다. (스포츠조선 김성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