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회 LG배 세계기왕전] 2회전 제1국

〈제11보〉(151~165)=줄곧 유리하던 흑이 결정적 위기를 맞았다가 상대 실수에 힘입어 대세를 ‘사고(事故) 이전’ 상태로 돌렸다. 잃었던 지갑을 되찾았을 때의 기분이 딱 이렇지 않을까. 그러나 형세는 흑에 근소하게 앞섰을 뿐이다. 승리를 장담하기엔 아직 이르다는 뜻. 과연 이창호는 ‘가’로 튼튼하게 늘지 않고 151로 한 칸 더 뛰어 최대한 버틴다.
고노린의 두 눈에도 핏발이 섰다. 152는 백의 중앙 울타리를 최대한 키우며 ‘나’의 급소 공격을 노리는 수. 흑도 153으로 약점을 간접 보강한다. 156, 158은 큰 곳이지만 시기가 너무 빨랐다. 참고도를 보자. 일단 1로 막아 5까지 정리하고 A와 B를 맞보았더라면 박빙의 승부로 이끌 수 있었다.
159, 161이 다시 ‘종반의 이창호’다운 기민한 선제타. 중앙의 약점을 해소시키는 동시에 ‘다’의 역습까지 노리고 있다. 눈물을 머금고 162로 후퇴했을 때 163, 165가 또 한 번 멋들어진 수순이었다. 때맞춰 고노린은 156수째부터 먼저 초읽기에 들어간다. 백은 여기서 ‘라’로 이을 수 있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