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회 LG배 세계기왕전 2회전 제1국

〈제12보〉(166~184)=포석시대의 바둑판이 광활하다면 중반의 반상(盤上)은 난해한 미로(迷路)다. 이에 비해 종반의 착점은 상대적으로 구체성을 띤다. 판이 돌들로 빽빽이 메워지면서 선택의 폭도 훨씬 좁아지므로. 하지만 정작 승부가 결정되는 것은 종반이다. 돌의 가치와 수순, 계산력의 종합판인 끝내기 역시 인간이 정복하기엔 아직도 아득하다.
흑 ?로 단수친 수가 얄미운 일착. 참고 1도 1의 이음은 2의 절단이 매섭다. 3으로 막아 버티면 4 이하 8까지 패가 발생한다. 팻감이라면 좌상귀에 흑의 ‘공장’이 버티고 있다. 1도 수순 중 5로 7은 흑 5, 백 8, 흑 A로 축이 성립하지 않는다. 170까지 처리돼선 백이 또 당했다.
176으로 ‘가’는 참고 2도 흑 4까지 살아가 백의 낭패. 179로 넘자 백은 벼르고 벼르던 180, 182의 수단을 발동한다. 최후의 승부처다. 184에 대한 흑의 응수가 이 바둑의 운명을 가름할 상황. 이창호도 173수째부터 초읽기에 돌입했다. 김민희 二단의 초 읽는 소리에 긴박감은 한층 고조돼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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