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대목 앞두고 스크린 확보 경쟁 과열

올 한해 1000만을 넘는 영화 두편을 생산한 한국영화계. 또다른 1000만 관객을 염원하듯 추석 대목을 앞둔 극장가가 스크린 확보에 과열양상을 띠고 있다. 올해 추석 연휴가 최장 9일까지 가능한데다 이를 노려 14일부터 28일까지 개봉되는 추석시즌 용 한국영화가 무려 8편에 이르기 때문. 이에 따라 대작들은 스크린 잡기에 총력을 기울이는 반면, 추석개봉을 목표로했던 일부 영화들은 추석 이후로 개봉을 미루는 현상마저 벌어지고 있다. 국내 전체 스크린수를 1648개(영화진흥위원회 집계)로 볼 때, 이를 한국영화 8편에게만 할당해도 1편당 스크린수는 불과 200여개. 치열한 스크린 확보전이 불가피하다. 각 배급사들은 추석 성적이 곧 올해 성적인 만큼 '밀리면 끝장'이라는 심정으로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이 중에는 단순 과열을 넘어 편법까지도 우려된다는 게 극장 관계자들의 주장이다. 현재 한국영화계는 갖가지 주제와 소재 그리고 다양한 영화기법 영화들의 제작과 배급, 균형발전이라는 문제에 있어 저예산영화와 블록버스터급의 고예산영화 사이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각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물론 영화는 예술이면서 산업적인 상품이기도 하다. 국내 예술의 산업화에 한발 앞서가는 장르가 영화다. 그러다 보니 제작과 배급에서 경쟁이 치열할 수 밖에 없다. 문제는 오늘 이 순간의 경쟁보다 미래를 위해 한국영화가 견지하고 있는 자세다. 어쨌든 이번 추석 연휴기간에 가장 적극적인 배급 공세를 펴는 곳은 '괴물'로 '대박'을 터뜨린 쇼박스.

쇼박스는 추석 개봉작 중 자신들의 유일한 배급작인 '가문의 부활'(21일 개봉)에 '올인' 전략을 편다. '가문시리즈=추석선물'이라는 브랜드 파워를 바탕으로 최대 500개의 스크린 선점에 나섰다. 코미디 영화치곤 유례가 없는 물량 공세. 역대 1000만 관객을 돌파했던 '실미도'의 325개나, '태극기 휘날리며'의 470개보다 많은 수준이다. 566만명을 동원했던 전편 '가문의 위기-가문의 영광2'의 경우, 초반 400개가 넘는 스크린으로 바람몰이에 성공했다. CJ엔터테인먼트는 '가문의 부활'에 대적하기 위해 '맞불작전'을 택했다. 같은 코미디 장르의 '무도리'를 21일 개봉으로 긴급편성하면서 야심작 '타짜'의 개봉은 28일로 한 주 늦췄다. 그리고 당초 이 때 개봉키로 했던 '거룩한 계보'는 아예 추석 뒤로 넘겼다. 분위기를 보면서 숨을 고르겠다는 작전이다. 여기에 CJ 측은 '타짜'에 최소 300개 이상의 스크린을 배정할 계획이다. 다만, 아쉬운 것은 '타짜'가 18세 관람가 등급을 받았다는 점. 온가족이 둘러앉아 보는 추석용으론 '감점' 요인이 아닐 수 없다. 이밖에 시네마서비스의 '라디오 스타'와 롯데엔터테인먼트의 '잘 살아보세', 그리고 MK픽처스의 '구미호가족'이 각각 200~250개 스크린을 나눠갖는 형국으로 가고 있다. 영화계와 관객들은 이들 작품 중 누가 승자가 될지 벌써부터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같은 치열한 확보전을 두고 한 극장업 관계자는 "일부 배급사의 끼워넣기 판매 등에 따라 어쩔 수 없이 스크린을 늘리는 경우도 있다"면서 "극장업주로서 배급사의 요청을 나몰라라 할 수는 없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한 영화인은 "영화 선택권은 관객들에게 있지만, 우리의 유통구조는 관객들에게 편식을 유도하고 있다"며 "이제 한국영화계는 일부 영화의 스크린 독과점에 따른 문제점을 점검하고, 균형발전을 진지하게 논의해야 한다"고 토로했다. (스포츠조선 김인구 기자)